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오는 3월 24일 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 임원인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아직 1년이 남았다. 그러나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이자 현대모비스 이사회 의장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아 정 명예회장이 조기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그룹 내 모든 계열사 등기 임원에서 물러난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지난해 2월 정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인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았다.
1938년생으로 올해 만 82세인 정 명예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이끌며 한국 자동차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자동차와 제철 등 계열사를 들고 독립했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키웠다.
재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더라도 현대차그룹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이 이미 2018년 9월부터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 전반을 지휘해 오다 회장에 올랐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정 명예회장 후임으로 고영석 R&D(연구개발) 기획운영실장(상무)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음 달 주총에서 논의한다.
현대모비스가 상무급 임원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급보다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상무는 2016년 현대모비스에 합류해 연구기획실장, IR담당, 기획실장 등을 거쳤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