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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글로컬 푸드 김치와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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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글로컬 푸드 김치와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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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채소에 소금을 넣어 저장할 줄 알았고, 그 채소절임이 민족이나 지역별로 고유한 음식으로 진화했다. 이 가운데 자연발효를 이용한 김치는 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한국인의 음식이다.

국수는 기원전 6000년~5000년경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지중해와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이 가운데 파스타는 개성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탈리아인의 음식이다. 국제 파스타 협회(International Pasta Association)에 따르면, 듀럼 밀로 만드는 파스타는 ‘마르코 폴로’와 무관하게 아랍인 지배 시기의 시칠리아에서 제조되었다.

김치와 파스타는 각각 한국과 이탈리아의 고유한 로컬 푸드면서 글로컬 푸드(glocal food)이다. 김치는 세계시장에 발을 내디딘 후배고, 파스타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선배다. 우리는 이탈리아인에게서, 김치는 파스타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실천해야 할까?

첫째, 이탈리아인의 전폭적인 파스타 사랑처럼, 우리도 김치를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 집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밖에서도 사랑받는 법. 국내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김치가 해외에서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김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음식인지 몇 가지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는 김치에서 비타민B1을 섭취하므로, ‘각기’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김치에서 엽산을 섭취하므로, 기형아 출산이 적다. 우리는 김치에서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유산균을 섭취하므로 건강하게 산다.

둘째, 이탈리아인이 고품질 파스타를 만들고 사는 것처럼, 우리도 고품질 김치를 만들고 사야 한다. 이탈리아인은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유기농 식품 구매율이 2018년 40%로서 독일 등 주변국보다 높고, 유기농 경지의 비중이 2017년 15.4%로 세계 7위인데, 이는 한국 1.3%의 약 12배에 해당한다. 이런 고품질에 힘입어 이탈리아는 파스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한다.

우리는 어떤가? 고품질 김치를 만들고 사는가? ‘기생충알 김치’ 파동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값싼 김치를 수입하며,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물론 수입 김치는 식당이나 단체급식 용도라고 하지만, 그 김치도 결국 소비자가 먹지 않겠는가? 몇 해 전 달걀 살충제 파동을 생각해보자. 소비자가 친환경으로 키운 닭의 계란을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했다면 그런 일이 생겼겠는가? 식당에서 김치를 돈 받고 팔면 해결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근원적 해결책이 아니다. 김치에 대해 우리 각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이 ‘생각’은 문화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윤리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문화적으로 ‘BTS’와 ‘기생충’이 있고, 또 집단방역을 위해 윤리적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다. 그러니 김치에 대해 생각을 바꿀 역량이 충분하지 않겠는가?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로컬 음식이 세계화된 전형적인 글로컬 음식이다. 김치도 우리 문화를 알리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보물이다. 그러려면 우리는 김치를 사랑하고 고품질 김치를 만들고 사겠다는 ‘생각’을 키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탈리아가 파스타를 수입하지 않듯, 적어도 김치 종주국인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