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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확대 카드 '공공재개발' 놓고 정부-주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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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확대 카드 '공공재개발' 놓고 정부-주민 '동상이몽'

흑석2구역 등 후보지, 국토부 제시 분양가·용적률에 "사업성 낮다...차라리 일반재개발 추진"
공공재건축도 신청단지 참여 반대 목소리 커져 "개발이익환수 완화 등 '확실한 이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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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전경.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정부가 공공 정비사업을 활용해 수도권에 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 세부 내용에서 대상지역 주민들과 이견이 노출되면서 양측간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실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공공정비사업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곳에서 용적률·분양가 등을 놓고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이 반발하고 사업 철회 가능성마저 내비치는 등 초반부터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후보지 주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선정된 1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의 주민들은 최근 정부가 제시한 일반분양가와 용적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사업 철회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용적률 450%, 일반분양가 3.3㎡당 약 3200만 원으로 적용해 1310가구를 짓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제시안에 난색을 표시했다.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재개발 인센티브 확대 방침에 따른 자체 사업성 검토 결과, 용적률 최대 600%, 분양가 3.3㎡당 4000만 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내용을 국토부가 제안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은 국토계획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준주거지역인 흑석2구역은 상한 용적률 500%의 120%인 600%까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흑석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차라리 일반 재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공공재개발 추진을 접을 수도 있다는 흑석2구역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신설1구역·강북5구역 등 나머지 공공재개발 후보지들도 동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흑석2구역 사례로 다른 구역들도 공공재개발사업에 불만이 확산되는 모습”이라면서 “흑석2구역이 공공재개발 포기를 확정하면 다른 구역들에서도 동조 이탈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지 주민들이 불안을 제기하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의 사업 조건과 관련, 국토부는 아직 협의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다소 후퇴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추진위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면서 “설 이후 주민설명회를 열어 사업성 등의 이견을 좁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건축은 시장의 반응이 더 싸늘하다. 사전컨설팅에 총 70여 곳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도를 보였던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 참여 단지는 7곳에 불과해 초반 흥행에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단지는 ▲서초구 신반포19차 ▲중랑구 망우1구역 ▲광진구 중곡아파트 등 총 7곳이다. 이들 단지에 실시한 컨설팅 분석 결과는 지난 15일 조합 등에 전달됐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지난 1일 사전컨설팅 참여 7개 단지 중에선 처음으로 심층컨설팅을 신청했다. 추진위는 심층 컨설팅을 거쳐 사업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고 공공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단지들은 심층컨설팅 신청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일한 서울 강남권 단지인 서초구 신반포19차 재건축조합은 주민 의견을 먼저 수렴한 뒤 심층컨설팅 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합 내부에서 공공재건축의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반포19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사전 컨설팅 결과, 40층으로 층수가 제한됐고 임대주택 공급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조합원들의 사업 참여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인근 신반포25차와 통합 재건축이 여전히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 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정부가 사업지 주민들에게 ‘확실한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정비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용적률이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될지라도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입주 후 초과이익분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면서 “공공재개발처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하거나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해 주는 등 개발이익 환수 방식을 손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