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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는 특정 시대적 상황 반영…동서고금 막론 소재 1위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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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는 특정 시대적 상황 반영…동서고금 막론 소재 1위는 '사랑'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03)] 사랑의 문화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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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한국은 사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서양의 사랑이 서로 다른 것이 하나됨을 의미한다면 한국의 사랑은 마음과 몸의 완전한 합일을 의미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대중(大衆)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대중가요하고 한다. 유행가는 특정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대중음악이다. 시대적 상황이 바뀌면 유행가도 바뀐다. 하지만 대중가요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소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이다. 그래서 혹자는 유행가를 '사랑타령'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노래방에서 제일 많이 불리는 대중가요의 3대 소재는 '사랑' '이별' '눈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결국 직간접적으로 '사랑'과 관련이 있다.

이연수 님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100곡씩 총 1500곡을 선정하여, 주제별로 분석한 연구 「한국 대중가요의 인기도에 따른 노래 가사 분석(2017)」에 따르면, 남녀애정관계와 관련된 주제는 708곡(47.2%), 과거의 애정관계는 542곡(36.1%)으로 이전 선행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나 과거의 사랑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는 83.3%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대중가요가 유행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노래방 3대 소재는 사랑·이별·눈물

사랑이 이처럼 우리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핵심적이고 강력한 감정이지만 의외로 심리학에서 최근까지 사랑을 별로 다루지 않았다. 우선, 서양에서 발달한 현대 심리학은 '느낌(感情)'보다는 '생각(理性)'을 중시하는 서구 문화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학(心理學)은 문자 그대로 '마음(心)을 다스리는(理) 원리'를 공부한다. 하지만 연구의 대상이 되는 마음(mind)의 정의가 동서양이 서로 다르다. 동양에서는 마음이 가슴(感情)이라고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마음이 머리(理性)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서양인들은 머리를 가리키면서 "계획이 내 마음 속에 있다"라고 말한다. 대조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가슴을 친다.

다음으로는 현대 심리학이 표방하는 과학성 때문이다.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성(普遍性)', 즉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성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은 주관적이다.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 처했지만, 그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말로 확장된다. 개인과 집단에 따라 반응과 행동이 다르면 보편적이 아니다. 따라서 심리학은 과학이 되기 위해 보편적인 행동만을 다루어야 한다.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관찰이 가능하고, 측정이 가능하며, 반복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위 세 가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감정은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보면, 동서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한 두 서양 심리학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자. 에릭슨(Erik Erikson)은 사랑을 "서로 맡은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재되어 있는 대립(對立)을 억누르면서 상호헌신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는 에릭슨을 포함한 서구에서의 사랑의 정의에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사랑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랑을 하는 주체들은 서로 다르고, 그 다른 이유는 서로 수행하는 기능이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개체성을 역할이나 기능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일이 다르면 당연히 대립과 반목(反目)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주의 문화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정의이다.

대중가요 유행 지구촌 공통된 현상

이처럼 대립하고 반목하는 두 개체가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대립을 억제해야 하며, 또한 상호 헌신(devotion) 해야 한다. 헌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devotion'에는 몰두(沒頭)와 전념(前念)이라는 뜻도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상대방에게만 마음을 쓰고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열중하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 헌신은 서로 동일하게 되는 것 또는 본래 동일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다름에서 비롯되는 대립과 반목을 억제(抑制)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감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능력이나 의지의 요소도 포함하게 된다.

이 점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e)』이라는 명저를 남긴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프롬(Eric Fromm)의 사랑의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한 마디로 사랑을 "같지 않으면서 하나 됨(unity without uniformity)"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서도 사랑은 '서로 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같아져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롬에 의하면 사랑은 일반인들의 통념과는 다르게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다.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사랑하는 부부관계를 '일심동체(一心同體)', 즉 '한 마음 한 몸'이라고 정의한다. 서로 굳게 결합했다는 것, 즉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마음이 하나가 됐다는 것은 서로 다른 점이 없이 하나로 합일(合一)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상태가 된다. 말이 없어도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서로 같기 때문에 이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는 상대를 '자기'라고 부른다. 자기(自己)는 나를 의미한다. 그런데 너를 자기라고 부른다는 것은 너가 나라는 의미이다. 이런 표현은 너와 나가 하나라는 일체감이 없는 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다. "자기 뭐 먹고 싶어?"라는 표현을 다르게 하면 "나는 뭐 먹고 싶어?"라고 묻는 것이다. 즉 "너와 나는 하나이기 때문에 네가 먹고 싶은 것이 바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자기)를 너를 통해서 알아내고 확인하려고 한다.

한국과 서양의 사랑 차이는 '다름'을 보는 시각 차이

한국과 서양의 사랑의 차이는 '다름'을 어떻게 보는지의 차이이다. 서양에서는 다름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에는 감정뿐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려는 의지(意志)가 중요하다. 또한 다름에도 관계없이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헌신을 뜻하는 'devotion'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commitment'에는 '약속'과 '책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문화에서 행위의 실질적인 심리적 주체는 '나'와 '너'가 아니라, 그 둘이 합쳐진 '우리'이다. 나의 집이나 너의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다. 나의 남편이나 너의 남편이 아니라 우리 남편이다. 서양에서의 사랑은 두 분리된 주체의 물리적 결합인데 비해 한국에서의 사랑은 두 주체가 합쳐서 새로운 하나가 되는 화학적 결합이다. 나없는 너는, 또는 너없는 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사랑으로 맺어진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또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죽을 수 있다. '순애(殉愛)'는 사랑을 위해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순애(殉愛)는 영어로는 'pure love' 즉 '순애(純愛)'이다. 영어에서는 殉愛와 純愛가 같은 의미이다. 사랑 때문에 죽고사는 일이 우리보다 적다는 것이다. 또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사랑의 순수함의 표시이지 하나됨의 표시는 아니다.

문화의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정의내리고 살아오는 것이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는 데 더 효율적이었을 뿐이다.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사랑의 문화적 차이는 환경이 변하면서 계속 변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서양식의 사랑에 더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서양에서도 한국식 사랑을 더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일곱 명이 소년들이 집단으로 나와 동일한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을 선호하는 서양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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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