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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8년 만에 리그 중간순위 1위 이끈 맨유 솔샤르 감독에 ‘퍼거슨 시대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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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8년 만에 리그 중간순위 1위 이끈 맨유 솔샤르 감독에 ‘퍼거슨 시대의 향기’

8년 만에 리그 19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중간순위 1위를 이끌며 ‘퍼거슨 시대’를 재현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레 군나 솔샤르 감독.이미지 확대보기
8년 만에 리그 19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중간순위 1위를 이끌며 ‘퍼거슨 시대’를 재현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레 군나 솔샤르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국시각 13일 열린 연기됐던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번리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리그전 9승 2패의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제치고 선두로 도약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경기 후 밝힌 하프 타임 때의 수정한 대응이 승리를 이끌었다.

■ 당황하지 않은 맨유

이날 지난해 8월 UEFA 유로파리그 경기 여파로 연기됐던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유나이티드는 후반 26분 터진 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선두 리버풀과는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 밀려 2위에 있었지만, 이번 경기결과로 유나이티드가 단독선두로 부상했다.

전반은 상대의 단단한 대응에 고전하며 몇 차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번리는 장기인 수비를 견고히 하고 ‘킥 앤 러시’로 투톱을 향해 공을 띄우고 세컨드 볼을 줍는 전략을 구사했다. 전방으로부터의 압박도 잘 이뤄졌다.

전반 슈팅 갯수는 모두 5개. 하지만 강팀은 당황하지 않았다. 우승한 지난 시즌 리버풀도 1골 차 승리가 12번이나 있었다. 90분이 끝난 시점에서 1점이라도 앞서면 된다. 이기는 버릇이 있는 팀에게는 좋은 의미의 뻔뻔함마저 느낀다.

번리는 3일 전 FA컵과 7명이 같은 선발로 나섰지만, 상대 유나이티드는 10명을 바꿨다. 에릭 베일리와 해리 맥과이어 등 중앙 수비수가 FA컵에서 45분을 뛰었지만, 그 외에는 체력이 충분한 상태로 번리전을 치를 수 있었다.

후반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번리의 움직임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역습의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봉을 돌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 가운데 번리도 필사적으로 지켰지만, 순간적으로 빈틈이 생겼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크로스를 띄우자 자유로운 상태에 있던 포그바가 날린 발리슛은 상대 수비수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 솔샤르 감독다운 수정력

전반에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만한 두 장면이 나왔다. 에딘손 카바니는 득점 기회에서 상대의 태클에 넘어져 파울을 당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바로 전 플레이에서 루크 쇼가 파울을 얻으며 프리킥으로 띄운 볼을 해리 맥과이어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이 또한 파울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포그바는 경기 후 이상한 판정이었다며 맥과이어의 파울을 회고했다. 카바니도 제스처로 불만을 표현했고 주장 완장을 찬 맥과이어는 여러 차례 케빈 프렌드 주심과 소통했다. 이렇듯 전반에는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휘관의 접근은 정확했다.

솔샤르 감독은 이에 대해 “하프 타임 때 우리에게 중요했던 것은 불만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선수들은 몇 가지 판정을 납득하지 못했다. 그들을 진정시키고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라며 경기를 회고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춰 수정을 도모하는 솔샤르의 동기부여자로서 능력이 발휘되었다.

■ 포그바가 갖는 영향력

후반 추가시간은 예정됐던 4분보다 3분가량 길어졌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폴 포그바는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지만,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플래시 인터뷰에서도 굳은 표정으로 “우리가 오늘 정말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게 우리를 개선하는 방법이고 더 나아지는 방법”이라 말했다.

그 시선은 이미 리버풀전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FIFA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로 세계 정상에 오른 포그바는 이기는 법을 안다. 지휘관도 “그는 라커룸에서 좋은 캐릭터고 젊은 선수들은 항상 그를 보고 있다”며 그 존재감을 칭찬했다.

알렉스 퍼거슨 시절의 유나이티드도 결코 전술적으로 최첨단을 달리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누구보다 많이 뛰고 계속 싸우면서 왕년의 힘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유나이티드에도 마찬가지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일선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긴 거리를 달린다. 아카데미 출신의 스콧 맥토미니 역시 사흘 전 FA컵에서 게임 주장을 맡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DNA를 갖고 있다는 지휘관의 칭송을 받았다. 포그바 역시 팀장 중 한 명으로서 걸맞은 모습이었다. 강팀에는 뛰어난 리더가 여럿 있다. 캡틴 완장을 찬 것은 맥과이어였지만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포그바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유나이티드가 17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리그 선두에 오른 것은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2-13시즌 이래 8년 만이다. 이는 퍼거슨이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잡은 시즌이었다. 지금 솔샤르의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때와 같은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때의 현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