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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좋은 제도가 나쁘게 규제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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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좋은 제도가 나쁘게 규제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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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식품분야에서 일련의 사고들은 참으로 다양하기 짝이 없고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기에도 영역이 너무도 광범위해 식품과학자들조차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뒤따르지 않으면 올바로 판단 하기 어렵다. 더 안전한 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지만, 해당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되기 전에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이를 규제 관리하는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70년대 이후 발생한 대규모의 식품안전사고를 되돌아볼 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재판을 받아 보면 결국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너무도 많다. 이것은 어떤 문제를 일으킨 소비자단체나 이를 기사화하기 위하여 침소봉대한 매스컴이나 이런 사건에 대하여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부족한 식품산업체나 또 관리 지도해야 하는 정부 기관이 규제하기 편안대로 제도를 운영하려는 경향 탓이다. 게다가 모두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데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자세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여겨진다.

처음에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이를 시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그룹들의 의견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하고자 정부 관리자가 편리한 방향으로 운영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나쁜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일어난 수많은 식품사건 사고들이 어디서 문제가 있었기에 잘못 판단을 하였던 것일까!

애초 좋은 제도라고 하였으나 제도를 운영하면서 무엇을 잘 지도해야 하는지, 제도를 도입함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지, 너무 서둘러서 제도를 도입하여 성과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제도상의 운영문제인지 관리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소통의 문제인지 말이다. 지나간 사건으로 그냥 덮어 두기엔 너무도 자주 반복되는 일이라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일들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학회 등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항상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건의 자초지종을 분석하고 사건 사고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 대학, 소비자 단체, 매스컴 관계자, 정부관리자 등 모두가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쌓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 아는 정도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많은 사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읽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타 그룹에 대한 배려도 폭넓게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얼마 전 ISO가 김치 규격을 만드는 데 중국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고 보도되었지만 뒤늦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정정보도가 있었다. 이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생산자, 학회, 소비자단체, 정부기관이 서로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제도를 확립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고 섣부른 제도를 확립하고 운영하는 것보다도 안전을 최우선하면서 이를 운영함에 있어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을 본받아 새해에는 식품분야에 있어서 좋은 제도를 만들고 원만한 소통을 통해 착한 규제를 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