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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윤수미 안무의 ‘2020 움’…생명예찬-미소(微少) 움직임에서 약동에 이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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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윤수미 안무의 ‘2020 움’…생명예찬-미소(微少) 움직임에서 약동에 이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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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메이드인댄스예술원과 윤수미무용단 공동 주최로 이연수·윤수미의 춤 <BETWEEN HERE AND THEN 여기와 그때 사이>(작년 12월 7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가 공연됐다. 동덕여대의 무용을 대표하는 두 교수 이연수(현대무용), 윤수미(한국무용)의 공동 안무는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윤수미 안무의 <2020 움>(The Sprout, 2020)의 대본·연출은 춤 공연의 노련한 연출가인 이재환이 맡았다.

움트다에서 발아된 창작춤 <2020 >은 고통을 딛고 강인함으로 돋아나는 으로써 세상을 향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창작춤단() ‘윤수미무용단’(2010년 창단) 은 윤수미 예술감독을 주축으로 신진안무가들과 함께 팀을 이루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성장한 역동적 생명의 에너지 발산을 주도하는 무용수들은 즉흥적 움직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표현해내며 극소지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의 대립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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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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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무수한 상징이 들어차고, 움직임은 보석이 된다. 보석함이 되어버린 새싹 은 탄생의 신비와 과정의 열기를 담고 있다. 태초의 어둠에서 작은 불빛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하고 맑고 영롱한 정주 소리는 히말라야의 영령들을 불러 새벽을 깨우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연상케 한다. 모든 생명체의 기반인 새싹과 풀더미 같은 자연물이 자라나 생기를 더하고 원시적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그 자체가 신비적 존재가 되어 생명력 가득 찬 몸짓으로 작품을 채워간다.

살고자 하는 자는 자연의 순응자가 되어야 한다. 주기적 변화에 따라 거듭나지 않으면 삶은 환란으로 가득 찬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 평범한 사실을 잊고 산다. 극복되지 않은 슬픔과 고통 같은 삶은 이것에 기인한다. 이 풍진 세상에서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시선 속에는 얼음과 견줄 수 없는 따스한 온기가 스며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온기는 어떻게 생성되며 관객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안무가는 이 점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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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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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자연 친화적 안무가 윤수미는 자연을 구성하는 작은 생명체들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그녀는 작고, 여리지만 꼭 필요한 자연의 구성 요소에 귀 기울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이나 느낌이 만들어내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류에 끌리는 편이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고 스치는 것은 없는지, 신경 쓰지 않고 흘려버리는 것은 없는지, 작은 것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무대 중앙에 놓인 사각 틀 형태의 이끼, 그 위로 쏟아지는 태양은 생명의 빛이다.
삶은 조율이다. 새싹의 초록빛과 무용수들의 황톳빛 베이지 톤 의상이 색감의 조화를 이끈다. 위로받고 싶은 우리가 위로받을 일이 적어지고 있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위로의 몸짓을 보낸다. 안무가는 그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며 움직임을 캔버스처럼 생각하고, 조명이나 음악 등을 물감으로 써서 관객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길 조명은 언 땅 위를 걸으며 발의 감각으로 뿌리내릴 곳을 신중히 찾아 헤매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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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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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안무가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의 순리에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관객들이 무대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자신의 본 모습, 인간의 본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다가 자연 한가운데서 느끼는 호연지기를 잠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뎌진 감각이 깨어날 것 그대로의 흔들림이나 떨림, 설레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춤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20 >이 신비를 자아내는 사운드는 도입부에 생명이 움트는 표현으로 반딧불과 함께 들리는 작은 정주 소리. 흐릿하게 여리어지는 정주 소리. 생명의 근원인 태초를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사용된다. 소리는 삭막한 얼음 땅, 차가운 칼바람 위를 걷는 듯한 음()에서 고요하고 평온한 멜로디, 웅장한 천둥소리와 함께 흐르는 물소리, 적막한 밤 홀로 우는 새의 소리, 빠른 박자의 율동적 음악에서 원초적인 목소리의 사운드를 수용하며 변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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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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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다라는 예술적 신조를 지키고 있는 안무가 윤수미는 안무작을 통해 미세한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섬세한 시적 감흥과 역동적 전개를 통해 표현하여 오늘의 춤 예술에 대한 깊은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독창적 발상의 창작춤 안무를 통해 담대하고 시적인 공간 구성과 균형 잡힌 한국춤 동작과 함께 탁월한 춤 상상력과 기량을 발휘하여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심미성을 개발한다는 평판을 받아 왔다.

<2020 >을 빛낸 이정은, 박현정, 서은지, 최윤실, 김지혜, 고효영, 이지현, 최지원, 이다영, 문선영은 전통과 창작으로 무장된 탄탄한 기량의 무용수들임이 다시금 입증되었다. 윤수미무용단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이 시대의 춤 창작을 표방하고 있으며, 무용수들의 창작력을 고양하기 위한 기획 공연 <춤의 조각보>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무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무용수들의 심도 공연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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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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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미 안무의 '2020 움'

윤수미무용단은 국내외 유수의 축제 및 기획 공연에 초청되고 있으며, 동경 프린지 댄스 페스티벌(2011, 2013, 2014), 쿨 뉴욕 댄스 페스티벌(2008), 스위스 빈터투어 페스티벌(2010), 스페인 빌바오 액트 페스티벌 (2015, 2019), 프랑스 아콥스 페스티벌 (2019) 등에 초청되어 공연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제28회 한국무용제전에서 <나비잠Ⅱ>로 최우수 작품상, 2016년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귀신고래>로 베스트 세븐 선정과 우수작품상 수상하였다.

<2020 >은 윤수미무용단의 비대면 시대의 가용적 춤 탄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낙산사 산불을 겪고 피어난 새싹을 연상시킨다. 작고 아담한 것이 봄 바람을 타고 싹터 오를 때, 모든 사람이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마다 은 곳곳에서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길손들은 이름을 달리하며 오고 가지만, 산천은 의구하고, 터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이 작품은 원시를 일깨운 순수 그 자체의 거룩한 뜻으로 잊지 못할 빛이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