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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치인의 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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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치인의 평판

문성후 리더중심연구소 소장(경영학박사/미국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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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경영학 박사/뉴욕주변호사

평판이란 ‘개인에 대해 오랫동안 축적된 '사회적 기억(social memory)'이다. 특정 개인에 대해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집단 기억이 바로 평판이다. 그래서 평판은 늘 공개돼 있다. 오랜 시간 쌓이고 여러 사람에게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판이란 말과 유사하게 사용되는 '세평(世評)'의 뜻도 '세상 사람들에게 떠도는 평판'을 말한다. 그래서 평판이나 세평은 은밀할 수가 없다. 평판 혹은 세평 수집이 때로는 은밀하게 이뤄질지 몰라도, 평판이나 세평 그 자체는 비밀스럽지 않다. 이미 모두가 사회적으로 기억하는 평가와 판단이 바로 평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판은 '늘 열려있는 기억'이다. 그리고 각각의 평판에는 항상 평판 기반(reputation foundation)이 있다. 평판을 만들어 주고 유지해 주는 기본 요소가 바로 평판 기반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평판의 근거가 바로 평판 기반이다. 평판 기반이 강할수록 사람들은 평판을 더 잘 기억하고, 평판 기반이 약하거나 없다면 평판은 때로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사회적 기억이 없다면 무색무취가 그 사람의 평판이 되는 것이다.

평판에 가장 민감한 직업은 공인(公人)들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인사, 유튜버 같은 인플루언서, 그리고 정치인들다. 공인들은 평판이 높아지면 자기도 높아진다. 반대로 평판이 추락하면 자기도 추락한다. 그들에게 평판은 인기(人氣)와 동의어이다. 인기가 그들에겐 밥줄이고 사회생활의 의미라는 점에서 평판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평판과 공동운명체이다. 그렇기에 공인들은 다 각자 강한 평판 기반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연예인에게는 재능이 평판 기반이며, 스포츠 스타에게는 실력이 평판 기반이고, 유튜버에게는 콘텐츠가 평판 기반이다. 평판 기반이 흔들리면 연예인은 재능을 더 발현할 수 있도록 범위를 조정하면 된다. 스포츠 스타는 훈련을 더해 실력을 기르면 된다. 유튜버는 콘텐츠를 수정하고 개선하면 된다.

그런데 공인들 중 정치인은 어떤가? 우선 정치인의 평판 기반은 무엇일까? 정치인의 평판 기반은 재능도, 실력도, 콘텐츠도 아니다. 정치인의 평판 기반은 애국심, 애민 정신, 진정성, 추진력, 청렴함, 자기 관리 등이다. 다른 공인들과 달리 정치인은 당장 눈에 보이는 평판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평판 기반이 흔들리면 정치인은 당장 할 수 있는 행동기법이 별로 없다. 흔히 다른 공인들은 평판 기반이 흔들리면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자기 재능으로 봉사를 하거나 부(富)를 사회에 환원하며 한동안 사라져서 대중이 그들을 찾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정치인은 사라지면 잊히고 그 빈자리를 다른 경쟁자가 금세 메꿔 버린다. 그래서 정치인은 평판 기반이 무너졌을 때 시한을 정해놓더라도 유권자들로부터 사라질 수는 없다. 또 달리 특별히 기부할 재능도 별로 없고, 사회에 환원할 부도 많지 않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역설로는 평판 기반의 소멸에 가장 취약하다. 안타깝게도 최근까지 이어지는 몇몇 정치인의 자살은 자기의 무너진 평판 기반을 달리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될 때 행하는 최후의 불행한 선택이다.

결국 정치인은 애초부터 평판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고 경영해야 한다. 정치인은 평판이 무너지면 가장 직선적으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뿐 아니라 시민과 국가에 불가역의 피해를 입힌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평판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언행일치(言行一致)이다. 본인이 애민 정신을 가지고 지역구민에게 봉사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을 테니 반드시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구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본질로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정치를 시작했으니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진심으로 당파를 위한 것인지, 국가를 위한 것인지 반추하며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을 가장 위에 두는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을 테니, 갑질, 위계에 의한 성범죄 등은 원천적으로 DNA부터 제거해야 한다. 품격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여의도에 입성하였을 테니 막말, 실언, 망언, 폭언은 결코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세금으로 세비를 받고 있을 테니 부패하거나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당을 초월해 협치해서 이해관계와 사회갈등을 조정하겠다고 했으니 사회를 '내 편 남편'으로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말한 만큼 지킬 약속도, 약속에 따라 실천해야 할 행동도 참 많다. 선택적 언행일치는 정치인의 평판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국민은 ‘바닥 평판’을 표로써 확인시켜 준다. 반면 신실한 언행일치는 정치인의 평판을 드높이 퍼뜨려 명성으로 만들어 준다.

정치인이 사기(史記)의 '계포일락(季布一諾)' 즉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신뢰를 보인다면, 국민은 그에게 '감당지애(甘棠之愛)' 선정을 베푼 정치인에게 보이는 존경을 보낼 것이다. 명성 높은 정치인이 되려면 온전히 정치인 자기가 언행일치만 하면 될 뿐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