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G 칼럼] ‘과잉통화’와 투기판

공유
0

[G 칼럼] ‘과잉통화’와 투기판

center
사진=픽사베이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리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돈이 3115조8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1조9000억 원, 9.2%나 늘었다고 했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0%대에 그치고 있는데, 통화량만 9% 넘는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데도 돈줄을 붙들어 매야 한다는 얘기는 ‘별로’다. 오히려 ‘확장 재정’이다 뭐다 하면서 돈을 더 풀 생각들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고, 정부는 추경을 4차례나 편성하고 있다. 어쩌다가 ‘과잉통화’라는 지적이 나오면 “선진국에 비해서는 덜 풀었다”는 논리다.

올해보다도 8.5%나 늘린 555조8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의 시대를 넘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년에도 돈은 계속 풀릴 전망이다.

그렇지만, 과다하게 풀려나간 돈은 벌써부터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을 들락거리며 투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소위 ‘유동성 장세’가 벌어지고 있다. 어떤 기업이 공개를 한다고 하면, 몇 조 원 때로는 몇 십 조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신기록’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어지간한 기업이 공개를 한다고 하면, 일반투자자의 청약 경쟁률은 가볍게 ‘1000대 1’이다.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주가 전망도 좋을 이유가 없는데, 증권시장 주변에는 돈이 넘치고 있다. 그 바람에 증시는 돈 놓고 돈 먹는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증시가 과열되니까 돈 없는 투자자는 빚을 내서 ‘빚투’를 하고 있다. 초보 투자자를 의미하는 ‘주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다. ‘주식+어린이’를 합쳐서 만들어냈다는 용어다.

돈은 부동산시장으로도 달려들고 있다. 경기도에서 분양된 어떤 아파트의 경우, 평균 청약 경쟁률이 534.9대 1에 달하고 있다. ‘역대 최고’ 청약경쟁률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분양된 어떤 아파트의 경우도 537.1대 1이었다. ‘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분양된 어떤 아파트에는 청약자 ‘수십만 명’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부동산정책이 잘못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과잉통화’ 때문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니까, 돈이 지방으로 흘러가서 지방 아파트값까지 올려놓고 있다. 소위 ‘풍선효과’다. “집값이 미쳤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로또 아파트’라는 말은 공공연해지고 있다.

치솟은 집값은 전셋값까지 덩달아 올려놓고 있다. 서민들의 아우성은 여기에 정비례하고 있다.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적하고 있다.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 효과와 코로나19 경제 위기’라는 자료에서 통화량이 1%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정도 상승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정책은 ‘신용대출 억제’가 고작이다. 연소득 8000만 원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으면 규제하겠다는 정도다. 풀려나간 돈의 ‘총량’을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집값만 생각한 궁여지책에 지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값이 잡혀줄지도 의문이다.

‘장수선무(長袖善舞) 다전선고(多錢善賈)’라고 했다. 옷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하는 법이라는 소리다. 큰 나라에서는 정책을 여러 번 바꿔도 실패하는 일이 드물지만 작은 나라에서는 한 번만 잘못해도 야단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