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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막는 상속세②] 세금 폭탄에 중소기업도 절체절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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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막는 상속세②] 세금 폭탄에 중소기업도 절체절명 위기

故 이건희 회장 작고로…주요기업 상속세 문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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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이 엄수된 28일 오전(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정자 부회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차량에서 내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사업도 어려운데 기업을 아들에게 승계하려 해도 65%가 넘는 상속세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정부가 주장하는 100년 기업 육성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A중소업체 B대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로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문제가 재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주요 기업들의 상속세 납부 사례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거목들이 타계할 때마다 상속세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천문학적인 세금 규모에 남겨진 유족들은 고인을 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세금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불필요 지분 매각 통해 상속세 재원 마련할 듯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고 이건희 회장 배우자 홍라희 전(前)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0조 원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총액 18조2250억 원에 각종 할증과 공제를 합하면 총 10조6000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부터 보수를 일체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펼쳐오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유지에 꼭 필요하지 않은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주요 기업 상속세 마련 어떻게?

재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7~8월 한진칼 보유 주식 80만 주를 담보로 약 400억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4월 故 조양호 전(前)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유족들은 2700억 원대 상속세 납부 의무를 지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조 회장이 그동안 연봉과 배당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으로 수입이 줄어 현금 마련을 위해 대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 초 부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작고로 ‘상속세 폭탄’을 맞았다. 계열사 지분과 토지 등을 넘겨받은 대가로 신 회장 등 상속인들이 떠안은 상속세는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신 회장이 배당과 보수만으로 상속세를 전부 내긴 힘들 것으로 보고 분할 납부나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껏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기업인은 구광모 LG 회장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작고한 이후 구 전 회장의 (주)LG 지분 8.8%를 상속받았는데 상속세가 무려 7200억 원에 달했다. 구 회장은 5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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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뉴시스

◇"천문학적 상속세에…韓 기업 위기 직면"

천문학적인 상속세 규모에 중소·중견기업 중에선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의 김준일 전 회장은 4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에 결국 지난 2017년 홍콩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했다.

손톱깎이 세계 1위였던 쓰리세븐도 비슷한 사례다. 2008년 창업주 김형주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 해 회사를 매각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에 대한 우려로 지난 2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초 "한국 상위 25대 기업이 내야 하는 상속세만 210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른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한국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