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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삶의 이면에 대한 수행적 사유…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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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삶의 이면에 대한 수행적 사유…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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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사이를 헤아린다는 것/ 무수히 밟히거나 소모되거나/ 너와 나를 느끼며 함께 나아가고 싶을 때/ 어둠과 빛은 추잡함과 화려함 사이에 놓인다/ 벚꽃과 벌레를 동시에 보았을 때/ 마츠리로 타는 저녁놀이 다가왔다/ 충격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삶의 이면 속에서/ 뜬금없이 불안하고 위태롭게 돛단배를 몰아갔다/ 짓눌림 속에서 삶의 무게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츠리, 내 안의 폭력이 솟구치고/ 하염없이 꽃비가 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두리춤터(예술감독 임학선, 총연출 강낙현) 주관의 2020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에 초대된 박철순 안무의 <마츠리>가 10월 11일(일) 오후 6시, 12일(월) 7시 30분, 이틀간 두 차례 방배동 두리춤터 포이어 극장에서 있었다. ‘청춘대로 덩더쿵!’은 전통 재해석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도전적 춤에 매진하면서 차세대 한국공연예술을 이끌어갈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청춘대로 덩더쿵!’ 공연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주목할 신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시각으로 춤을 재발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를 도모하는 가운데, 약 5개월 동안 우수한 신진안무가들의 창작을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도은-남정훈, 양한비-박준형, 박철순-조봉국, 류일훈-안태원, 유효정-박한결과의 안무가-음악가 조합은 춤 속에 음악이 용해되는 놀라운 조화로써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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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박철순은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을 내보인다. 위태로운 이면의 요소를 탐구하고 캐릭터들이 소지한 감정을 조합하여 우리네 삶을 이야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슬픔을 생각하는 도구로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불러온다. 일본에 살았을 때의 찬란했던 소년의 기억 속으로 찾아간다. 네 가족이 다닥다닥 붙어살았던 작은 집 앞에 커다란 벚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불면 분홍빛 우주에 휩싸이는 황홀한 경험과 발밑에 수북이 쌓여있는 벌레의 주검을 동시에 마주했다.

화려한 벚꽃과 더럽고 추잡하며 광기마저 서려 있는 벌레의 주검이 안무가의 마음과 교차한다. 이면적 삶의 위태로움이 안무가와 겹쳐 보였고, 우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찬란하지만 추악한 이면적 삶을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김시원, 배진호, 서이진의 춤은 슬픔을 가속하는 도구였으며 끈적한 아픔을 듬뿍 뿌린다. 안무가는 관객들이 살아가면서 벚꽃과 벌레의 주검처럼 찬란하지만 더럽고 추악한 어둠 속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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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박철순이 구사하는 상징들은 어두운 심연의 상상에서 자신의 상상계를 끌어내는 데에 도움을 준다. 방; 무대는 공간이다. 상상이 만들어낸 아주 사적인 머릿속, 상자; 세상을 두고 내가 쌓아놓은 벽이며 자신을 가둬두는 감옥, 벚꽃: 꿈과 이상이다. 찬란한 아름다움, 소년의 추억, 행복한 기억, 유골, 자신의 죽음을 위로하는 수사이다.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좁게 공간을 압축시켰고, 사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작은 방은 자신만의 상상의 공간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모든 움직임은 안무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감정을 설정한 뒤에 이루어진다. 박철순은 더욱 진솔하고 솔직한 표현을 연구했는데 그것은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대화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안무가는 손을 수사 도구로 쓴다. 익숙한 손이 자신을 갉아 먹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움직임을 주었다.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억누르고 짓누르고 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자신이 자신을 옥죄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조봉국(타악)은 박성권(베이스), 추현탁(가야금)과 함께 장엄한 슬픔을 추출한다. 그는 중앙대 연희예술학부 졸업하고 한예종 전통예술원 음악과 타악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9 청춘열전 출사표 <앙상블 본-황홀경> 금상, 2019 안산문화재단 주관 ASAC 몸짓 페스티벌 댄싱키즈 정보경 안무 <AURA> 음악 감독으로 활약했다. 안무가는 국악기로 일본의 추억과 벚꽃 향기를 내도록 조율한다. 우리의 소리, 사설 등을 인용, 작품의 내용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설은 씻김굿에 넋올리기 사설이고, 박성권은 일렉베이스, 더블베이스, 미디 사운드에 이르며 추현탁은 25현가야금과 징, 조봉국은 타악기에 소리까지 가담한다. 장구, 프레임 드럼, 플로어 탐, 심벌즈, 정주, 베트남 징, 굿 징, 바라에 이르는 거대한 악기가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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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안무의 '마츠리'.

한국무용 안무가와 한국음악 연주자가 일본 시절에 겪은 마음속 미추와 울분을 표현해내며 국악기로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안무가 박철순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45호 한량무 이수자로서, Altimeets 무용단과 Gals무용단을 경험하며 대표안무작 <우보만리>가 있고, 서울예고에 출강 중이다. 제48회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창작 동상, 제52, 54회 신인무용콩쿠르 한국무용 창작 동상을 수상한 뒤, 제49회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창작부문 금상 수상의 재원이다.

젊은 안무가 박철순은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생각으로 격정적 춤을 추는 춤꾼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클래식화 할 수 있는 안무력을 보이면서 최선을 다한다. 일본의 벚꽃 풍경과 마츠리에 관한 추억이 안무가의 구성력이 돋보이게 하면서 <마츠리>의 격을 높이고 있다. 몸이 찢어지고, 관객석을 덮칠 것 같은 박철순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가운데 모든 것을 정제시킬 듯한 벚꽃비 내리는 장면은 압권이다. 삶이란 설계하는 자의 의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마츠리>는 폭발적 에너지 연기를 바탕으로 창의력, 구성, 기교면에서 수작임이 입증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