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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만든 한국 외교, WTO서 통하나…"무섭게 추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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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 만든 한국 외교, WTO서 통하나…"무섭게 추격 중"

WTO, 27일까지 163개 회원국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27개 몰표 EU가 관건
정부 "유명희, 전 지역별 고른 지지…예측 어렵지만 끝까지 최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이 2020년 7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이 2020년 7월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각각 출마 기자회견을 할 당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부도 첫 한국인 수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다소 불리했던 판세가 이제는 해볼 만해졌다고 보고 유럽연합(EU) 등 주요 격전지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WTO는 지난 19일부터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한 최종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27일까지 예정돼 있다.

자체 투표권이 없는 EU를 제외하면 163개국 중 82개국의 지지를 받으면 과반이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가가 79개국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아프리카 43개 회원국 다수가 같은 대륙 출신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가운데 아시아에는 심정적으로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많고, 미주 대륙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EU의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최근 공을 들이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관례로 단일 집단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한 후보에 27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동구권의 경우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로 관계가 돈독한 국가들이 있지만, 유럽국가들이 과거 식민지 역사 때문에 아프리카와 특수 관계인 점은 한국에 불리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후보는 전 지역별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아프리카에서도 꽤 많은 국가가 우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1, 2라운드를 거치면서 나이지리아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데 추월했는지, 안 했는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사무총장 선출은 국제적인 정치 게임이라 당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은 전 회원국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을 얻더라도 미국, 중국, EU 등 강대국의 반대가 없는 게 중요하다.

WTO는 선호도 조사를 토대로 11월 7일까지 전체 회원국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 합의가 수월하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 그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WTO를 비롯한 국제무대 곳곳에서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이 사무총장 선출을 두고 서로 견제할 경우 더 지연될 수 있다.

미국은 대선 변수가 있지만, 한국에 우호적이다. 중국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중국만큼 강하게 반대할 힘은 없지만, 일본이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물밑에서 움직이며 한국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나이지리아 후보의 국제적 명망이 높다는 점에서 힘든 싸움을 예상했기에 유명희 후보의 결선 진출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도 있다.

외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한국의 국제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그동안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등을 통해 여러 국가와 긴밀한 양자관계를 형성한 것을 선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국제기구 선거와 연계해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지요청에 따른 반대급부에 대해) 지금까지는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최근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는 등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후보 본인도 연일 주요 국가를 방문하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당초 산업부 일각에서는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내준 아픈 경험이 있는 외교부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가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 선출 정부 TF 팀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경화 장관에게 "외교부가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했고, 이에 강 장관은 "우리는 프로인데 부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후문이다.[연합뉴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