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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기술 선도 한국 빠지면 개도국 온실가스 증가로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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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기술 선도 한국 빠지면 개도국 온실가스 증가로 비현실적"

[기획] 그린뉴딜 덫에 걸린 한국 해외자원, 어디로 - (중) 정부·산업계 입장
친환경 '초초임계압' 기술만 수출...'온실가스 90% 감축' 기술도 상용화
해외석탄발전 포기하면 기술 뒤처진 中 등 차지 기후변화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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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인도네시아 산림환경부로부터 환경관리분야 최고등급을 받은 한국중부발전 인도네시아 탄중자티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중부발전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한전이나 발전자회사가 신규로 해외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석탄사업 개발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산자위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자부 장관도 "한전 등에 문의한 결과, 적극적으로 해외 석탄투자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고 프로젝트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의 이 발언은 해외 석탄사업을 앞으로 일절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었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석탄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우리와 신뢰, 협력관계를 충분히 갖춘다면 해외 석탄발전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해 김 사장의 발언이 '해외 석탄사업 완전 포기'를 의미하는게 아님을 시사했다.

한전이 높아지는 '탈석탄' 목소리에도 쉽사리 해외석탄발전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서만이 아니라고 에너지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 기술이 '친환경 발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어, '석탄발전=온실가스배출'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러한 신기술의 수출을 포기하면 기술이 뒤쳐진 중국 등이 빈자리를 차지해 결국 석탄발전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승인한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발전사업에는 '초초임계압' 기술이 적용된다.

이 기술은 터빈에 유입되는 증기압력과 온도를 높여 발전효율을 높임으로써 연료소비를 줄이는 기술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기존 석탄발전소는 1킬로와트시(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80g 이상인 반면, 초초임계압 석탄발전소는 740g 수준이다.

한전이 자바 9·10호기를 완공하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동 중단하기로 한 노후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kWh당 933g인점을 감안하면, 한전의 참여로 탄소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2017년부터 초초임계압 기술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석탄발전에 공적기관의 금융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보다 더 '획기적인' 친환경 석탄화력발전 기술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초초임계압 석탄발전소는 기존 석탄발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1kWh당 360~490g보다 2배 가까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에 지난 2월 한국에너지기술원이 개발에 성공한 '순산소-순환유동층 연소기술'은 기존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90% 이상, 대기오염물질은 70~80%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순산소 연소기술'과 '순환유동층 연소기술'을 결합한 기술로, '순산소 연소기술'은 질소 비중이 70%인 공기 대신 순수한 산소를 연소시켜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고, '순환유동층 연소기술'은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를 다시 연소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순산소-순환유동층 연소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공기연소 대비 이산화탄소는 90% 이상, 이산화황 80%, 산화질소 85%, 일산화탄소 76%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산소공급 설비와 배기가스 재순환 설비만 추가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매우 실용적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순차적으로 국내 화력발전소에 설치해 10년 이내에 국내 모든 화력발전소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도 지난 1월 LNG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전량 감축하는 '매체순환 연소기술'을 개발해 실증을 마쳤다.

이 기술은 기존 공기 대신 '산소전달입자'를 이용해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는 기술로, 연료 연소 시 순도 100%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만 생성되고, 이 이산화탄소를 별도 포집설비 없이 제거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아예 제로(0)로 만드는 기술이다.

한전은 현재 500kW급 실증을 마쳤으며, 앞으로 발전사들과 협력해 실제 발전소에 상용화할 수 있는 설계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매체순환 연소기술은 그동안 고가의 비용이 드는 이산화탄소 포집공정을 저렴하게 대체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친환경 신기술이 계속 개발될 것인 만큼,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에너지전환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밖에 산업계에 따르면, 석탄발전 분야는 국산화율이 90%에 가까워 우리기업의 수출효과와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한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의 경우, 두산중공업 수주금액 1조 9000억 원 외에도 기자재, 설계, 시공 등에서 342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총 8400억 원의 수출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발간한 '2020 주요국 에너지자원 현황 및 정책'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오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현재 28%에서 43%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국토의 상당부분이 1년 중 절반 가량이 우기인 기후 특성상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세계 10위권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석탄을 활용한 발전사업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전이 투자를 결정한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과 베트남 붕앙2 사업 모두 현지 정부의 국책사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개발도상국들과 협력해 노후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석탄발전소로 대체하는 것이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림환경부의 환경관리평가에서 의무평가 대상인 총 36개 현지 석탄발전소 중 한국중부발전의 '탄중자티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한 2개 발전소만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선도의 석탄발전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빠지면 그 빈자리를 기술이 뒤처진 중국 등이 차지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개도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업계의 입장에 환경단체 관계자는 "베트남 등 개도국의 경우,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사업 투자의사를 철회하면 사업성이 낮아져 중국 등 다른 국가를 물색하기보다 아예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