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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정크본드 사상 최고…미국 경제 ‘심각한 상태’ 전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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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정크본드 사상 최고…미국 경제 ‘심각한 상태’ 전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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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 모습. 사진= 뉴시스
미국 경제전문매체 배런스는 최근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정크 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시장을 "앞으로 불어닥칠 위기를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울고 있다"고 은유적으로 지적했다. 올해 미국에서 정크 본드 발행 규모가 이미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정작 이 채권을 사들여야 할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서치기관 EPFR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부터 23일까지 미국 하이일드 채권(신용등급이 낮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매수하는 펀드에서는 486억 달러(약 56조8480억 원)가 빠져나갔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한창 퍼질 무렵인 3월 중순 무렵 한주에 56억 달러(약 6조5500억 원)가 인출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영하는 정크 본드 상장지수펀드(ETF)에서만 이틀 만에 23억 달러가 빠져나갈 정도로 투자자들의 정크 본드 투매는 뚜렷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산소 마스크’역할을 해온 정크 본드 투자자들이 사라지면서 채권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곧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리세션(경기 후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스티븐 밈 조지아대 교수에 따르면 위험자산인 하이일드 채권과 안전자산인 국채 간 금리 차이(하이일드 스프레드)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옥스퍼드 경제 정책 리뷰(OREP)’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기준금리 등 다른 금융 선행지표보다 더 경기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낸 보고서에도 비슷한 평가가 담겼다. 특히 IMF 보고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상당한 단기 예측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들의 문제는 데이터가 최근 것 위주로 돼 있어 과거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흔히 정크 본드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탓에 1980년대 말 이전에는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럿거스대 경제학자들은 최근 이를 뒤집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1910~1955년 사이 하이일드 채권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과거에도 정크 본드가 신용등급이 더 높은 채권보다 경제 상황을 더 잘 반영하는 경기 선행지표였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 경기 사이클 중 터닝 포인트(전환점)를 예측하는 능력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줄어들 때다. 투자자들은 이때 ‘최악의 상황이 끝났고 저점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질 때다. 이때 투자자들은 ‘경제가 정점을 찍었고 곧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금리 차가 줄어들고 이어 실제로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은 총 10번의 경기 저점 중 3차례에 불과했다. 반면 금리 차이가 벌어질 때 경기가 침체된 경우는 총 10번 중 8차례나 됐다. 대표적으로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으나 1929년 8월을 기점으로 대공황에 빠졌고, 1937년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성급히 올려 경기 침체를 맞았다.

결국 럿거스대 연구 결과와 1980년대 이후의 데이터 연구를 결합해 보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참고할 가치가 있는 선행지표"라고 평가된다. 최근 일어난 정크 본드 투자자 이탈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급등한 결과, 단순히 정크 본드 시장 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