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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고독 조망하는 따스한 시선…댄스시어터Nu 19회 정기공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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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고독 조망하는 따스한 시선…댄스시어터Nu 19회 정기공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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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참 멀리도 왔다/ 쉽지 않은 길인데/ 길 위에 뿌려진 숱한 땀방울/ 물안개 되어 피어오르는 ‘참 예술가의 삶’/ 집과 큰배움 집에서 아이들 키우며 야위어 갔다/ 예술에 봉헌해온 나날들/ 남들에겐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일이었건만/ 움직임과 리듬으로 극성(劇性)을 키워 온 여자/ 상상은 ‘바다에서 온 여자’에서 ‘권율의 여자들’에 이른다/ 행주치마에 주워 모은 돌멩이 무게보다 무거운 핏빛 사연 넘어/ 성숙으로 치닫는 여자/ 존중하고 싶은 진정한 여성상

홍선미무용극단 댄스시어터Nu의 <권율의 여자들>은 안무가 홍선미(삼육대 생활체육학과 겸임교수)가 행주산성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1997년 창립된 이 무용극단은 무용에 극성을 강조하여 장르융합의 묘미를 추구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만취당(晩翠堂) 권율(權慄) 장군과 돌 그리고 행주치마로 주춧돌을 세우고 무용수의 움직임과 연결되는 조명・의상 등의 색감 살리기와 극적 효과를 살리는 음악을 포함한 사운드로 작품의 격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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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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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마초적 남성들이 득실대던 조선조 선조 시절, 전율이 이는 사회에 전쟁이 가미되고 이 땅의 여성들은 모질게 삶을 꾸려나간다. 왜의 침략으로 나라가 촛농처럼 흘러내리는 상황에서 조선 여성의 강인한 존재와 억척 어멈의 현재적 여성의 삶에 대한 통찰은 여성성의 새로운 해석이며 가부장제에 대한 깊숙한 조망이다.남성의 무기력에 대한 의문이 간다. 안무가는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COVID-19 시대에 아빠의 우울이 종식되기를 희구한다.

<권율의 여자들>이란 시대와 남성을 아우르는 창의적 제목이다. 시각과 청각을 염두에 두었다면 ‘흔들리거나 반짝이는’과 같은 제목이 되었을 것이다. 권율(1537년~1599년)은 '두려워할 률(慄)'자를 쓴다. ’권율은 모든 남성의 대표인 가장을 상징한다. 자식・남편・아버지인 권율, 아빠의 여자들은 어머니・아내・딸이 대입되고, 남자의 우울을 포착한다. 아빠에게 바치는 헌무(獻舞), 그 격려는 촘촘하게 메꾸어지는 안무가 특유의 안무력으로 예술적 심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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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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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홍선미는 20여 년 동안 자신의 안무작으로 늘 관객을 흡족하게 만들어 왔다. 이번 작품에서 안무가는 ‘남자의 고독’에 집중한다. 작품에서 권율 장군은 크게 멀찌감치 존재하며 잠깐 등장한다. <권율의 여자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3장으로 구성된다. 서막은 대형 천이 행주치마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행주치마 위로 무용수가 굴러 나오면서 시작된다.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여성과 여자, 여인의 일생에 걸친 심리적 간극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홍선미는 현대무용 창작의 바람직한 태도 견지로 다작을 경계하고, 소수의 안무작만을 직조해 왔다. 그녀는 국적과 장르, 인원과 공간, 여건에 관계 없이 창작이 가능한 현대무용계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날개짓'(2017), '엄마의 항아리'(2016), '느릅나무 아래 욕망'(2016), '그녀의 잔상'(2014), '단청, 춤추다'(2012), 바다에서 온 여자'(2012), '푸른 계곡의 꿈'(2011), '센토'(2011), '세 여자의 접시 쌓기'(2009) 등으로 진정성을 축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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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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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안무가 홍선미는 2017년부터 서울 댄스 플레이(SDP) 국제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무용계의 국제 홍보대사가 되어, 러시아, 스페인, 이집트, 일본, 베트남 등 동・서양을 두루 다니며 작품을 교류하고,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왔다. <권율의 여자들>은 권율을 생각하며 권율이 주변의 여자들을 위해 희생한 소중한 땀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안무가는 시절의 하수상을 우회하여 여자에게 둘러 쌓여 행복한 권율을 보여줌으로써 주변을 위무한다.

댄스시어터Nu가 19회 정기공연을 치르는데 23년이 걸렸다. 그때, 대학을 갓 졸업한 무용수들은 사십대 중반을 넘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의 권율은 저만치에 있었다. 주변의 장수들이 여러 전선에서 싸우느라 지치고 소외되어 있다. 투사적 용기로 그들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안무가 홍선미 이다. 홍선미표 격조 무용극 <권율의 여자들>은 연기를 거듭한 끝에 만나는 소중한 작품이다. 앞으로도 이 무용극단이 오랫동안 현대무용계의 ‘빛의 수레’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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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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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안무의 '권율의 여자들'.



장석용(무용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