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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큰 뇌물, 작은 뇌물, ‘새우젓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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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큰 뇌물, 작은 뇌물, ‘새우젓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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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송와잡설’에 나오는 얘기다.

조선 중종 임금 때 김안로(金安老․1481∼1537)는 오랫동안 정승자리에 앉아서 많은 뇌물을 챙겼다.

충청병사 황침(黃琛)이 그 김안로에게 참깨 20말을 바쳤다. 적지 않은 뇌물이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친 다음에 인사를 하러 찾아갔다.

하지만, 첫새벽에 ‘명함’을 들여보냈는데도 김안로가 불러주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히 투덜거리며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다. 엉거주춤 대기하다 보니 해가 높이 솟고 있었다.

황침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충청수사 임천손(林千孫)이 와서 명함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김안로가 반가운 듯 밖으로 나와서 직접 맞아들이고 있었다.

황침도 주춤주춤 따라 들어갔다. 그렇지만 김안로는 임천손과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침에게는 아는 척도 해주지 않고 있었다.

황침은 궁금했다. 인사를 마치고 물러 나오면서 임천손에게 물었다.

“김 정승이 그대만 친근하게 대해준 이유가 도대체 뭔가.”

임천손은 대답을 피하려고 했다. 황침이 재촉하자 마지못해 털어놓고 있었다.

“김 정승이 나에게 혼숫감을 요구했었지. 그래서 커다란 배 한 척에 혼숫감을 가득 실어 아예 배까지 통째로 상납한 일이 있었어. 아마도 그 덕분일 거야.”

황침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바친 참깨 20말은 큰 바다에 던진 셈이었군.”

황침은 나름대로 값비싼 참깨를 20말이나 ‘소신껏’ 바쳤지만 김안로에게는 별것도 아니었다. 참깨 따위는 뇌물 축에도 들지 못했던 것이다. 뇌물을 밝히는 김안로는 그 규모에 따라 얼굴빛이 달라질 정도였다고 했다.

황침은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뇌물에도 종류가 있었다. ‘큰 뇌물과 작은 뇌물’이었다.

어떤 어촌계장이 공무원의 이름으로 보낸 새우젓이 뇌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는 소식 때문에 돌이켜보는 ‘큰 뇌물, 작은 뇌물’이다. 329명에게 보낸 새우젓이 384만9300원어치라고 했다. 한 사람에게 1만1700원어치였다. 조업 분쟁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보냈다고 했는데, 새우젓을 받은 사람들은 보낸 사람이 어촌계장이 아닌 공무원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뇌물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상당히 작은 뇌물’이었다. 챙겼다 하면 수억∼수십억인 세상이라 실감이 ‘별로’인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