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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후퇴하는 일본의 ‘연공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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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후퇴하는 일본의 ‘연공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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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알다시피, 일본 기업의 ‘강점’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종신고용제도’가 주목받게 된 것은 계기가 있었다. 미국 학자 제임스 아베글렌이 1958년 ‘일본의 경영’이라는 책을 썼고, 일본어 번역판에 종신고용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유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밖에서 날아 들어온 일본 기업에 대한 찬사가 일본 내에서 확대된 셈이다.

실제로 일본의 기업들은 ‘직원의 규율을 다지기 위해서’ 매년 1% 정도를 감원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기업도 다르지 않았다. 여직원이나 임시직 직원에게는 종신고용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젊은 직원들은 이직을 많이 했고 경영진과 대립하는 노조원이 해고되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기업들은 종신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해고에 어려움이 있기는 했다.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차라리 파산신고를 하거나, 규모를 줄여서 기업을 재정비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 특이론의 신화 깨기, 스티븐 리드 지음, 최은봉 옮김>

어쨌거나, 종신고용제도는 일본 기업의 ‘강점’이고 ‘장점’이었다. 종신고용제도는 노사 모두에게 유리했다.
우선, 기업으로서는 유능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기업에게 빼앗길 염려가 없기 때문에 교육 투자를 통해 인재를 키울 수도 있었다. 종신고용은 한편으로 직원들의 애사심도 높일 수 있었다.

또 직원들로서는 해고 걱정이 없는데다, 월급이 해마다 많아져서 좋았다. 아이들 교육비 지출 등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 적합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기업이 끊임없이 성장해야 종신고용도 연공서열도 가능하다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면서 월급도 올려주기 위해서는 기업이 성장을 통해 기구나 조직을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잘 굴러갈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저성장’에 빠져들면서 제동이 걸렸다. 어려워진 일본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했다.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임금체계를 능률급·연봉제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연공서열을 포기하고 성과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게 되었다.

그런 결과, 직원들은 회사를 원망하고 자신의 능력에 점수를 매기는 직장 상사를 껄끄러워하게 되었다. 근무 의욕이 추락하고 애사심은 후퇴했다. 창의력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뒤지게 되었다. 이는 일본의 경제를 후퇴하도록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다.

일본의 ‘대표기업’ 가운데 하나인 도요타자동차가 연공서열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 인상폭을 성과 평가로만 결정하는 새로운 임금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노조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위기의식’을 공감한 것이다. 이 조치로 일본 제조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몇 해 전에는 일본의 또 다른 ‘대표기업’인 소니가 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대기발령실’로 ‘발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하는 일도 없이 신문 등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반면, 우리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민주노총이 곧바로 발끈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