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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미국 상무부의 고강도 화웨이 제재안 발효, 주요 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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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미국 상무부의 고강도 화웨이 제재안 발효, 주요 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 가장 높은 강도의 이번 3제재안으로 다수의 반도체 제조업계 영향 미쳐 -
-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통신 연관 산업부문 공급망 변화 -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조치가 점차 강도를 높여 이어지고 있다. 이로써 글로벌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요 연관 산업부문의 공급망이 변화되고 그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바 최근 발효된 추가 제재 방안의 내용과 시장 영향에 대해 짚어본다.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 방안 9월 15일 발효, 무슨 의미인가?

2020년 8월 17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상대로 가장 강도 높은 3차 제재안을 발표(제재 발효일: 9월 15일)했다. 미국의 장비, 설계,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를 화웨이와 그 계열사로 공급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이번 3차 제재안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5월부터 이어져 온 화웨이 제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하에서 정리해봤다.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조치
제재안 발표일
내용
1차 2019.5.15.
미국 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함.
2차 2020.5.15.
제3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라도 화웨이가 주문·설계한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것이고해당 제품의 생산에 미국의 장비·설계·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함.
3차 2020.8.17.
미국의 장비·설계·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반도체를 화웨이와 그 계열사로 공급할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함.
자료: 각종 언론 보도자료 정리

2019년에 이뤄진 1차 제재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는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구글, 인텔, 퀄컴, ARM, 마이크론, 페이스북 등은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화웨이의 부품 수급처는 아래와 같이 변화했다.

2019년 1차 제재 조치 이후 화웨이의 부품 수급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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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IEP 세계경제포커스

다만 1차 제재안 이후에도 화웨이의 2019년 총매출이 전년대비 19.1% 증가하는 등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제재가 이뤄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에 따라 2020년 5월에 2차 제재안이 발표됐다.

2차 제재안은 다시 말하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에 미국의 기술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와 화웨이 간 연결고리를 제거하고 TSMC를 중국의 공급망에서 분리하고 미국의 공급망에만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조치였다. TSMC의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의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로 인해 TSMC는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탈(脫) 중국화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웨이는 그동안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스마트폰용 연산장치(AP)와 5G 기지국 전용 반도체 등을 독자 개발해왔지만 제조는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에 해당 조치로 매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러한 2차 제재안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3차 제재안이 발표됐다. 이번 3차 제재안에서는 ‘화웨이가 주문·설계한’이라는 조건이 삭제됐다. 즉,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았더라도 화웨이에 공급되는 모든 반도체에 미국의 기술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는 필수로 사용되는데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Cadence Design Systems), 시놉시스(Synopsys)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이 분야 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Applied Materials, ASML,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의 반도체 제조장비의 점유율이 압도적인바 실질적으로 이번 3차 제재조치로 화웨이는 거의 모든 경로의 시스템반도체 수급이 원천 봉쇄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제재조치에 대해 2차 제재발표 이후 화웨이가 팹리스 회사인 대만의 MediaTek과 Unisoc을 통해서 반도체 설계 및 개발을 담당하게 하고 반도체를 생산·위탁하는 형태로 우회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이 우회적인 공급까지 모든 시스템반도체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요 연관 산업의 공급망 변화와 전망

문제는 화웨이는 애플,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의 반도체 구매자라는 사실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9년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에 이른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상무부의 이번 3차 제재조치로 ‘거대고객’인 화웨이에 반도체 납품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매출 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2019년 반도체 구매액 Top 10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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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artner

당장 TSMC, SMIC, 마이크론, 미디어텍, 퀄컴과 같은 주요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화웨이 대신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구글, 브로드컴 등 대체 수요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2차 제재안 발표 당시까지는 납품에 별 영향이 없었으나 이번 3차 제재안 발표로 2020년 9월 15일 이후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우리 업계도 이번 제재 조치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화웨이에서 출시 예정인 차세대 폴더블폰 메이트X2(가칭) 출시가 무산될 경우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선도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사를 잃게 되면서 매출에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되며,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해왔던 LG 디스플레이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도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패널을 납품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피해를 보게 됐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우리 기업 내지 중국 경쟁사들(샤오미, 오포, 비보 등)에게 반사이익이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2021년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가 차지했던 시장 파이를 가져가려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Trendforce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1년 생산량 기준으로 전년대비 9%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웨이 제재안 영향으로 변동될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 경쟁사들의 생산량
(단위: 백만 개, %)
브랜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글로벌
1차 제재안 이후
190
130
130
106
1,242.71
3차 제재안 이후
170
145
140
110
1,245.71
변동률
-10.5
11.2
7.7
3.8
0.2
자료: Trendforce

Trendforce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바 우리 기업의 통신장비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사점


화웨이는 반도체 수급 원천 차단이라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2020년 9월 15일 이전까지 반도체 재고 물량 확보에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확보해 놓은 반도체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통신장비 사업은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가 스스로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중국 기술과 장비로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이번 제재조치를 피해가기 어렵고 반도체 분야는 기술개발에 대규모의 시간과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단시간 내 기술 자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 A사의 엔지니어 B씨는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별도의 완화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원천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번 제재 조치로 사실상 화웨이의 글로벌 입지는 상당히 약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화웨이 제재 배경에 있는 미·중 무역 분쟁과 관련해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주도권 다툼을 계속하며 분쟁 상황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바, 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세계무역질서가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이동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공급처와 신시장 발굴을 모색하여 기업 운영에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부문의 영향이 커질 것인 바, 우리 기업들은 각국의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자료: 미국 상무부(DOC), KIEP 세계경제포커스, Gartner, Bloomberg, Trendforce,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