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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아시아 철강업계, 코로나 팬데믹에 재편성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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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아시아 철강업계, 코로나 팬데믹에 재편성 움직임

신일본제철 포스코 등 용광로 폐쇄 검토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철강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비 중국 기업들의 고전이 이어진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철강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비 중국 기업들의 고전이 이어진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지난 7월 말 베트남에 본사를 둔 철강회사인 호아팟 그룹은 100억 달러 규모의 생산단지 건설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현재의 객관적 상황은 더 이상 원래의 전략적 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는 세계 2위 철강회사인 바오우(寶武) 철강그룹이 최근 후베이성에 28억 달러를 투자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호아팟과 바오우의 움직임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철강업체들이 어떻게 승자와 패자로 나뉘었는지를 보여준다.

22일(현지 시각)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 대유행으로 철강 수요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호아팟만이 살아남기 위해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에서 한국의 포스코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대표 선수들이 용광로를 폐쇄하고 자본 지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SMBC 닛코증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야마구치 아쓰시는 "코로나 전염병으로 철강업체들의 구조개혁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아시아 철강업체들은 현재 고비용 설비를 감축하고 용량을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연간 최대 130만 톤의 철강 생산이 가능한 포항제철소 1고로를 폐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조강 수급 차원에서 이르면 2025년 2030년께 또 다른 고로를 폐쇄하거나 개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52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철강 생산량이 8000만 톤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은 막대한 순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신일본제철은 히로시마 현과 와카야마 현에 있는 두 개의 용광로를 향후 몇 년 안에 영원히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2위 업체인 JFE스틸은 지난 3월 2023년까지 용광로를 폐쇄해 생산능력을 13%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유행 이전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이미 중국 외 철강업체들은 고전하고 있었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인상한 뒤 터키와 러시아 등의 수출이 아시아로 향하면서 이 지역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한편 중국 철강업체들은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과 인프라 지출이 촉발한 내수 반등을 타면서 2019년 철강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세계 공급량의 53%를 차지했다.

중국이 국내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철광석을 더 많이 사들이자 다른 아시아 선수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제품 가격 폭락으로 인한 이윤 하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나 세계 철강시장에서 중국의 우위를 강화했다.

후베이성이 폐쇄에 들어가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건설 사업이 암흑에 빠지며 철강 수요가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은 인프라 프로젝트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으로 대응했다. 철강 시장의 회복은 빨랐다. 7월 중국 철강 생산량은 933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월간 생산량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달 전 세계 생산량은 2.5% 감소했다.

지난 8월 자동차와 가전업체들이 사용하는 열연강 코일의 아시아 가격은 4월보다 20% 올랐다. 중국의 생산 가속화로 1월보다 철광석 가격도 30%나 올랐다.

우드 매켄지의 밀러 왕 수석 컨설턴트는 "중국의 철강 가격 상승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같은 일부 해외 철강 공급업체가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 타타스틸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4월 이후 수출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로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중국 철강 소비량의 2%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철강협회 회장 겸 신일본제철 사장은 "일본 철강업체들은 중국 수요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전체 철강 소비량의 60%를 건설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 철강업체들은 자동차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고급 제품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철강에 대한 수요가 가라앉으면 중국에서 값싼 수출이 쏟아지고 아시아 시장의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신일철주금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수출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철강 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올해 말까지 국내 10대 철강업체가 지배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중 무역전쟁의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철강업체들이 동남아시아에서 용광로 건설 붐을 타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수용력이 크게 부풀어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지역은 연간 6150만 톤 이상의 생산 증가로 과잉 생산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코로나 대유행과 별도로 철강업체들은 또 다른 악재를 우려한다. 신일본제철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시장 통화 약세 등 여러 악재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철강 수요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JFE 스틸 경영진도 이에 동의한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철강 수요 추세는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제외한 여타 업체들은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SMBC 닛코증권의 야마구치 부사장은 "운영비 절감과 감축은 앞으로 폭풍우가 닥칠 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강업체들이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