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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일본차의 역습…'수입'에서 '현지생산'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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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일본차의 역습…'수입'에서 '현지생산'으로 전환

현지 자동차 산업 육성위해 각종 인센티브 '당근책'...패권 다투던 한일 자동차 전쟁 본격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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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지역에서 수입 완성차를 들여와 판매하던 일본 브랜드들이 베트남 현지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마련하고 나섰다.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의 자동차 소매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내에서 조립한 완성차 생산 및 구매시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는 점이 컸다. 베트남 현지 생산을 통한 판매로 수익을 극대화할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번도 선두를 위협받지 않았던 일본 차 브랜드들이 올해부터 현대-기아차 등 한국 브랜드들에게 판매실적에서 뒤처지는 등 위기감이 작용한 것도 한 몫했다. 거꾸로 이제 막 시장을 장악해 나가던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조립차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계속 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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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차 '현지전환' 역습에 잘 나가던 현대기아차 '긴장'

그동안 베트남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아세안 국가에서 차량을 조립, 수입해 왔다. 아세안 국가에서 완성차를 수입해 오면 관세가 0%인 데다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생산 비용이 베트남보다 20%나 저렴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허덕이는 자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최근,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내에 자동차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우선, 베트남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제조한 완성차를 구입하면 등록비 50%를 감면해준다. 생산량이 많은 차량을 베트남에서 조립하는 기업이,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부품을 수입할 경우 7월 10일부터는 수입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소비세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특별소비세에도 국내 조립차 업체에 유리한 항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EU 자유무역협정(EVFTA) 발효도 베트남 정부가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VFTA 발효로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면, 가격이 낮아진 품질 좋은 유럽산 완성차 수입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베트남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조립 공장을 아세안 국가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가 앞으로도 수입차 판매를 제한하고 국내 조립차 산업은 보호·육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지난해 디젤 엔진 자동차 모델을 베트남에서 조립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가는 수입차와 비슷하다. 베트남에서 조립하며 생산 비용이 늘었지만 판매가격이 높아지지 않도록 이익을 줄였다. 원래 도요타는 지난 2017년부터 '포츄너(Fortuner)'를 인도네시아에서 조립, 수입해서 베트남에 판매했다.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연간 1만4000대를 인도네시아에서 조립했다.

혼다는 베트남에서 조립하던 CR-V를 지난 2017년 수입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수입 CR-V 가격은 국내에서 조립한 자동차보다 저렴했다. 그럼에도 올해부터는 다시 이 모델을 국내에서 조립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국내 조립 자동차를 출시했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11억2000만 동으로 수입차보다 2000만 동 비싸다.

미쓰비시도 올해 엑스팬더(Xpander, AT버전)를 빈쯔엉 공장에서 조립하기 시작했다. 조립차는 수입차와 비슷한 가격인 6억3000만 동에 판매할 예정이다. 엑스팬더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2만98대가 팔려,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현지생산으로 전환하자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 됐다. 그동안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각종 세금과 가격 혜택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선두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던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을 뒤로한체 막 두각을 나타내던 참이었다.

베트남 자동차 생산 업체 협회(V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 자동 차 판매대수는 13만5195대(빈패스트 제외, VAMA 회원사와 TC 모터 포함)로 판매를 집계하는 기관과 기준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대차가 2만5358대로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2만5177대를 팔아 2위, 혼다는 1만2035대를 기록했다. 그 뒤로 타코트럭 1만924대, 마쓰다 1만524 대, 미쓰비시 1만301대 순이었다.

올해 8월달 베스트 셀러 톱10에 현대차는 엑센터, i10, 싼타페 등 3개 모델 기아차는 세라토등 총 4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기아차의 경우 베트남에서 최근 출시한 SUV 셀토스 신형 모델이 예약 이벤트에서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질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하반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현지 생산으로 전환한 일본차 브랜드들이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가격이나 품질관리등 경쟁력이 갖추게 되면 베트남 자동차 시장 패권을 두고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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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부품 생태계 조성 작업 가속화

한편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베트남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려면 조립 생산량을 늘리면서 부품 현지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 무역 및 산업부는 최근,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인 Chiyoda Gosei, Ishikawa Iron Works Co를 포함한 57개 기업이 중국 공장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데 5억36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 다른 30개 기업도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 태국, 미얀마, 필리핀으로 이전시 지원할 예정이다.

이렇듯 글로벌기업의 이전이 가속화 되면서 베트남, 말레시아, 태국 등 인구가 많아 내수 수요가 풍부하고, 인건비는 낮은 국가가 자동차 공급망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시장전문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즈(Fitch Solutions)가 발표한 자동차 산업 리스크/보상 지수( RRI 지수) 측정 결과,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자동차 제조시 매력적인 국가 10위에 올랐다. 태국은 4위, 말레시아는 5위, 인도네시아는 8위, 필리핀은 9위였다.

베트남은 이들 국가보다 순위가 낮지만, 여러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생산비용이 낮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목적지다.

피치 솔루션즈는, ‘자동차 소매 시장이 공급망 조성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며,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자동차 소매 시장이 가장 매력적인 국가로 선정했다. 피치 솔루션즈는 향후 5년 간 베트남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6.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베트남 자동차 제조 협회는, "베트남 기업이 시장의 용량을 늘리면서 생산 비용을 줄이면 자동차 판매가격도 지금보다 인하할 수 있다"며 "태국에서 한동안 픽업트럭에 중점을 두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일부 자동차 모델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집중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