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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로또 당첨 기다리는 ‘수주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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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로또 당첨 기다리는 ‘수주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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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옛날, 송나라 때 어떤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토끼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밭 가운데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졌다. 농부는 덕분에 토끼 한 마리를 ‘불로소득’할 수 있었다.

다음날부터 농부는 농사를 팽개치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더 이상 잡혀주지 않았다. 그 바람에 밭에는 잡초만 무성해지고 말았다.”

‘한비자’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고사다. ‘과거’에 집착해서 되지도 않을 일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래서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 아무리 기다려도 ‘좋았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수주대토’의 여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더 있을 수 있다. 토끼를 ‘횡재’한 농부 근처에 ‘이웃 농부’도 있었을 가능성이다. ‘이웃 농부’는 토끼를 횡재한 농부의 입이 벌어지는 것을 어쩌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웃 농부’도 그 농부처럼 그루터기를 지키지 않았을까. 남이 ‘불로소득’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서 ‘불로소득’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 농부처럼 ‘수주대토’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지 않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복권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농부처럼 토끼가 그루터기에 부딪쳐서 잡아본 일도 없다. 그러면서도 요행을 바라고 복권을 꼬박꼬박 구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복권 장사’는 갈수록 짭짤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는 2조6208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1% 늘어났다고 했다. 하루에 자그마치 145억 원어치가 팔린 것이다.

복권 판매는 작년 상반기에 8.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그보다도 더 잘 팔리고 있었다. 작년 연간 복권 판매는 4조3181억 원으로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었다.

이렇게 복권이 잘 팔리는데도 정부는 ‘연금복권 720+’라는 것을 지난 4월 30일 출시했다. 월 당첨금을 5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플러스(+)’한 복권이다. 상반기 연금복권 판매는 68.2%나 불티났다고 한다.

그러나 ‘당첨 확률’은 알다시피 ‘수주대토’ 수준이다. 수백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다. 그런 복권을 사서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수주대토’가 아닐 수 없다.

복권은 나쁜 물건이다. 투기소득을 기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투기소득을 기다리면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을 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주대토’를 하던 농부가 그랬다. 토끼를 더 이상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생업인 농사까지 망쳐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주대토’를 부추기고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