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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24] 소프트뱅크 'ARM 매각 후 상장폐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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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24] 소프트뱅크 'ARM 매각 후 상장폐지' 시나리오?

자사주 매입 통한 비공개화 선택 가능성 제기돼…포스트 코로나 겨냥한 조치 분석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사진=로이터
소프트뱅크글로벌(SBG)이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ARM) 매각을 계기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한 SBG의 이같은 대형자산 매각은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관계소식통에 따르면 SBG의 고위관계자들은 대규모 자산매각 이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주식 비공개화를 둘러싼 논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SBG는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와 자회사 ARM의 전체주식을 400억 달러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관계소식통은 주식 비공개화를 위한 협의는 ARM 매각 이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영참여형 주주들로부터 자사주 매입을 요구받았던 SBG는 지난 3월 4조5000억 원의 자산을 매각해 자금화했으며 이를 2조 엔의 자사주 매입과 부채상환에 충당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BG는 지금까지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주식과 통신자회사 소프트뱅크 주식, 미국 통신대기업 T모바일 주식 매각과 자금화를 통해 자금화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ARM 주식매각은 여기에 추가해 단행됐다. SMBC 닛쿄(日興)증권의 애널리스트 기쿠치 사도시(菊池悟)씨는 지난 9일 보고서에서 “ARM 주식 매각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지는 등 자산매각을 서두르는 인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한 자사주 매입의 규모가 큰 사실에서 ‘MBO(경영진이 참가하는 자사주 매수)’에 의한 상장폐지도 선택지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SBG의 시가총액은 이날 현재 시점에서 약 13조300억 엔에 달한다. 손정의 회장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말 시점에서 21.25%를 소유하고 있다. 일련의 자사주 매입에는 취득한 주식을 소각하는 만큼 손 회장의 보유비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남은 주식 취득에 필요한 수조엔의 자금도 알리바바 주식 등의 자산을 추가로 매각한다면 조달 가능하다고 닛쿄증권의 기쿠치씨는 분석했다.

대신 비공개화를 위해 MBO로 움직인다면 매수청구 가격에는 실제 주가에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東京)증시에서 SBG주식의 14일 종가는 ARM주식 매각 발표와 MBO의 기대가 겹치면서 전날보다 8.96% 급등한 6385엔에 거래를 끝냈다.

ARM주식 매각은 코로나19 진정후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SBI증권의 모리유키 신지(森行眞司) 선임 애널리스트는 “신약 등의 개발이 진행돼 시장이 호전된다면 수중의 자금이 풍부한 쪽이 투자전략의 자유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투자회사로 거듭났다’(손 회장)라는 SBG가 중시하는 경영지표는 사업회사 등에서 중시되는 영업이익 등에서는 아니고 보유주식에서 순부채를 뺀 ‘주주가치’다.

SBG의 손정의 회장은 지난 8월 11일의 결산회견에서 “주가는 2000년의 닷컴버블 이후 높은 곳까지 왔지만 주주가치에 대해서는 디스카운트되고 있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주주가치는 24조4000억 엔이며 시가총액은 거의 절반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같은 시장의 평가와 회사측의 인식차가 비공개화의 가능성으로 연결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상장 메리트중 하나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지만 주가가 충분히 높아지지 않고 있다면 조달할 수 있는 자금규모다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오히려 비공개화해 ‘투자전략의 자유도를 담보하는 편이 좋다라는 편단도 있을 수 있다“고 SBI증권의 모리유키씨는 지적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