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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세 번의 기회와 “다음 법인장은 자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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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세 번의 기회와 “다음 법인장은 자네다!”

- 동남아 사업가 도전 첫 해에 불쑥 나타난 기회와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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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최대리! 오늘 공항에 갔다 오세요. 손님 한 분 픽업해서 호텔로 모셔드리고 오면 됩니다"

입사한 지 2일 만에 법인장에게서 받은 지시였다. 아는 것 하나도 없어도 모시면서 뭔가는 말을 했지만 횡설수설했다. 다행히 잘 했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회장님의 가족이었다. 이 일이 법인장이 최대리에 대한 호감과 공장의 미래를 생각한 포석이라는 것을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법인장이 오너 가족에게 미리 소개도 하며 테스트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법인장은 자네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출신들의 근황이 궁금해서 전화를 하니 지난해 수료한 한 명이 들려준 본인의 이야기였다. 워낙 이외의 말이라 다음이 궁금해졌다.

주인공인 최명호 대리(가명)가 다니는 ㈜KSM(가칭)은 동남아에 본사를 둔 한국 회사로 자동차의 내장재를 제조해 수출하는 일이 주력인 회사다. 봉제(박음질) 가공이 많아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지역 여러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최대리가 입사한 공장도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축이다. 베트남 하노이 인근 지역에 공장을 세워 가동한 지 3개월 되는 시점에 입사했다. 500여 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5명이며 임원급의 법인장과 기술자를 제외하고 일반 관리 매니저는 혼자인 셈이었다. 최대리는 지난 2018년 7월 GYBM에서 1년간의 베트남 현지 연수를 마치고 2019년 4월에 입사했으니 이제 겨우 1년을 조금 넘은 것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인정을 받게 된 계기가 있었냐"고 물었더니, 2번 정도 일이 생각난다고 한다. 한 번은 면접이고 한 번은 앞에서 언급한 공항 의전이었다.

세 번의 기회 중 첫 번째 – 면접

입사 때 1차 법인장 면접을 보고 2주가 지나 본 회장 면접의 질문과 답변이다

질문 : "왜 해외에서 일하려고 하는가?"

답 : "상사맨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거래하는 나라에 유익함을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제품을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모든 것이 상사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때 전공도 같은 의미로 공부하고 준비했습니다."

질문 :"하필이면 왜 후진국에 왔냐? 선진국도 있을텐데..."

답변 : "무엇을 하든 '머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선진국을 도전하기에는 어학이나 학벌이 모자라고 '꼬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이라는 것도 글로벌시장에서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도 실력있다고 평가받을 지역에서 위치를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특히, 회장의글로벌 활동 영역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설득이 되는 답변이었고 현실감도 있었다.

필자는 최대리를 GYBM에 지원하기 3년여 전부터 대우가 한국 대학생과 교류하기 위해 만든 국내용 GBLP(Global Blue Leadership Program)를 통해 알고 지냈다. 본인 스스로 유럽에 있는 회사를 찾아가 1년여 동안 인턴생활을 하며 무역실무도 제법 수준 높게 경험을 하고 왔다. 평소 메일이나 SNS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교류하며 꾸준히 지켜봐 온 터였다.

세 번의 기회 중 두 번째 – 공항 의전

세 번의 기회 중 세 번째

이번에는 '차기 법인장'이란 말이 지금 법인장 혼자의 말인지 회장의 의중이 담긴 말인지 궁금했다. 최 대리의 일상 생활을 물어보니 다른 관문이 하나 보였다. 내용은 이렇다.

법인장은 늘 입버릇같이 "나는 퇴근할 때면 반드시 공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간다. 시골에서 농사 지을 때 논이나 밭을 매일 한 바퀴씩 돌아보는 것처럼" 법인장의 뜻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최대리는 평소 생각에 더해 세 가지 원칙을 정하여 생활하고 있다는것이다. 그대로 글로 옮겨본다.

하나는 주인의식이다. '내 일터인 공장은 내 집이고 내 땅이다'는 생각으로 매일 돌아본다. 모든 일은 현장에서 배운다는 생각이며 입사전부터 변함이 없다.

둘째로 모르는 것은 공부해가며 부딪혀보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층 사무실의 2층에 기숙사가 있다. 오후 7시 퇴근과 식사를 마치면 바로 다시 사무실에 와서 모르는업무는 인터넷 강의로 대처해 나간다. 최근에는 잘 모르는 재무업무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마감일자를 지키기 위해 밤을 새기도 했다. 덕분에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며 어느덧 모든 업무를 관여하게 됐다. 수출입 업무에서 재무, 구매, 인사, 총무로 늘어갔다.

마지막 세 번째로 공장 주변의 유흥시설에서 눈길을 피하는 것이다. 지역도 좁은데 퇴근했다고 나가면 금방 즐비한 술과 노래에 취하기 쉽상이고 일도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니 아예 외면하자는 생각이었다. 대신 일요일을 이용해 GYBM 동문들이나 큰 꿈을 향해가는 사람과 교류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견한 생각이었다. 이런 각오와 행동이 법인장 눈에 충분히 들었고 회장에게 보고됐을 것이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께서 공장을 방문한 기관 투자자 앞에서 "3년 안에 이 곳 대표가 될 사람이니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며 최대리를 소개했다. 동남아지역에서 온 투자자들의 공장투어 내내 영어로 진행하고 베트남 현지 직원에게는 베트남어로 소통하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었다.

지난 3개월여 전에 한 법인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듣다 보니 무서운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재를 찾아 선발하고 훈련시키는 방법이 가혹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법인장이 최대리를 대하는 법이 궁금했다.

"자네는 기본이 돼 있다. 그게 경쟁력이다. 우리같이 원재료의 비율이 높은 곳에서 현장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며 구매 업무만 한 것이 없다. 앞으로 생산계획도 짜고, 제품 개발도 해봐라. 목표를 빠르게 이룰 수 있게 도와줄 테니 따라와라. 그리고 꿈을 더 크게 잡아라. 나중에는 이 공장의 법인장을 넘어자기 사업을 하며 글로벌시장을 누비는 꿈 말이다."

이야기를 마치며, 필자가 해 줄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같이 하루하루에 충실해야 한다. 두루두루 살피되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되면 전화해라. 털어 놓고 스트레스 푸는 상대는 내가 돼주마"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