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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24] 바이든 ‘온건’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명에 트럼프 진영 전략수정 ‘발 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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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24] 바이든 ‘온건’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명에 트럼프 진영 전략수정 ‘발 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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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왼쪽)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오른쪽).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도 온건파인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함에 따라 앞으로 트럼프 진영에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력 디지털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고뇌하는 트럼프 재선위원회가 열세 만회를 위해 지난달 말 선거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으며 당초 주요 거점 주 용으로 제작됐던 일련의 TV 광고도 급작스럽게 방영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달부터 바이든 공격 때 보다 날카로운 기조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전으로 전환했다. 그것이 ‘급진좌파의 꼭두각시 바이든(Biden as a puppet controlled by theradical left)’이었다.

재선위 유력 소식통에 따르면 이 메시지를 담은 최신 TV 광고는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거점 주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령인 바이든 (77)이 만약 부통령 후보로 유력시돼 온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선택할 경우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임기 도중 극좌 부통령 바통 터치라는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었던 만큼 재선위의 새로운 메시지가 더욱 소구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바이든이 최종적으로 날개를 단 것은 중도 온건파로 현실주의자로도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베테랑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였다. 그 결과 민주당의 정·부통령 후보가 모두 온건파로 바뀌게 돼 앞으로 바이든에 대한 ‘급진좌파 꼭두각시’ 낙인은 통용되지 않게 됐다. 게다가 트럼프 진영에게는 투표일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향후 선거전을 싸워 가는 데 있어 새로운 2개의 핸디캡을 안게 되었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여성 지지층에서 바이든에게 상당히 뒤처진다는 점, 둘째는 흑인을 비롯해 소수민족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선 여성 표의 경우 2016년 대선 백인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 결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득표수가 43%였던 반면 트럼프 후보는 52%로 크게 앞섰다. 올해 대선에서는 기세가 역전돼 CNN 조사(7월 26일)에 따르면 백인 여성층 지지율이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후보 57%, 트럼프 대통령 36%,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 후보 50%, 트럼프 46%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리티 그룹을 포함한 전체 여성층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두 주 외에 승패를 크게 좌우하는 플로리다주에서도 바이든이 과반수를 차지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로 이번에 여성 선호도가 높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해리스를 발탁한 것은 우선 백인 소수자를 막론하고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전미 유권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 표 대결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는 두말할 나위 없이 흑인 유권자 동향에 대한 영향이다. 특히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승리를 결정했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3개 경합 주에서는 이번에 흑인 유권자의 투표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것은 앞선 선거에서 클린턴 후보가 3주에서의 흑인의 지지를 생각한 만큼 얻지 못했던 것이 패인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스콘신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에서 흑인 인구는 24만 명으로 전체 주 흑인의 69%를 차지하고 있고,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등 대도시를 거느린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전체 인구 중 흑인 비율이 10%를 넘어 흑인 투표율의 높낮이가 3개 주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참고로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는 위스콘신에서 2만1,000표, 미시간에서 1만표, 펜실베이니아에서 4만표 차의 근소한 차이로 클린턴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 점에서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해리스는 미국 전역의 흑인 정치인 중 가장 지명도가 높고 집회 등에서 청중 동원에서도 발군의 호소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 예비후보를 공식 표명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연설회에 2만5,000명이나 되는 열성 지지자가 몰려든 일화는 특히 유명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해리스의 청중 동원력을 높이 봤다고 한다.

위의 2가지 사항과 함께 트럼프 진영에 있어서 골치 아픈 것은, 해리스 여사의 지금까지의 정치적 스탠스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최종 확정된 지난 6월 이후 부통령 후보 인선 작업에 착수해 한때 민주당 진보 논객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 측의 이런 진보그룹에 끌려다니는 체제를 빌미로 잡으며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정권 탄생의 위험성을 진작부터 지적해 왔다. 그러다 최근 바이든 공격 홍보작전으로 새로 나온 것이 ‘급진좌파의 꼭두각시’라는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였다.

■ 공화당으론 가장 만만치 않은 인물

그러나 해리스가 그동안 표명해온 정치적 입장은 이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공화당 진영은 워런 의원이 선거 과정에서 제창해온 전 국민 보험제도 실현을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국민건강보험 문제도 개인 판단에 어느 정도 맡겨야 한다는 보수파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왔다.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민간 보험업계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워런과는 다르게 현행 ‘오바마 케어’가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의료보험 가입의 길도 열어둔 채 점진적 개혁노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선거를 통해 민주당 진영은 해리스 여사의 부통령 후보로서의 보험업계 등에서의 선거자금 모금능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캠프가 이번 선거에서도 내세우고 있는 ‘법과 질서’ 면에서도 해리스는 과거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으로서도 수완을 발휘해 왔다. 사형집행을 공천하는 주법 통과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진보 성향과는 거리가 먼 현실주의자로도 알려져 있어 향후 공화당 진영도 범죄에 미온적인 민주당 정권을 쟁점으로 삼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후보는 집권 공화당에서 볼 때 가장 버거운 인물을 최종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미 보수층의 기반 다지기를 가장 중요시해 온 트럼프 재선위의 기본 전략 자체도 조만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