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데스크칼럼] 부동산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

공유
0

[데스크칼럼] 부동산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

이진우 산업2부장.
이진우 산업2부장.
어느덧 7부 능선을 향해 가고 있는 올해 경자(庚子)년은 유난히 나라 안팎으로 큰 우환(憂患)이 많다.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전세계 사망 73만 명, 확진 2000만 명을 훌쩍 넘겼고, 유례 없이 길고 많은 비를 뿌린 장마는 동아시아에 큰 수해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 재앙에 가까운 위기 속에서 국내 여론은 요즘 온통 ‘부동산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무려 23차례의 부동산 대책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자금은 대책들을 비웃기나 하듯 ‘규제의 틈’을 비집고 시장을 더 교란시키고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정부는 다시 그 규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직전 대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른 땜질 후속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마치 ‘벌꿀’(집값 안정)을 얻기 위해 민감한 ‘벌집’(부동산 문제)을 안전망을 쓰지 않고 건드렸다가 달콤한 꿀은커녕 ‘성난 벌들의 역공’(반대 여론)을 받아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부동산정책의 의도를 국민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으로 갈수록 내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 지는 무주택자, ‘조물주보다 서열이 더 높다’는 건물주(임대인)의 전월세 가격 횡포에 눈물 흘리는 세입자(임차인), 집을 거주가 아닌 ‘돈놀이’ 수단 삼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고도 정당한 납세를 회피하는 일부 다주택자 등 몇십 년째 이어온 ‘부동산 고질병’을 이참에 바로잡아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목표에 반대할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주거복지 실현을 통한 국민의 기본적 행복권 추구는 다중의 공공 복지와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국가의 올바른 역할로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아야’ 할텐데 실상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한 두 달이 멀다 하고 땜질성 후속대책을 되풀이하며 우와좌왕 헤매는 까닭은 왜일까.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설이 나오고 있지만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양비론’으로 적당히 포장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특정 집단과 정파의 이해관계를 교묘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지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은 한마디로 ‘정책 결정자들의 이중 플레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정책 결정자는 다름아닌 관료 엘리트와 소수의 정치지배세력을, 이중 플레이는 국가경제와 국민생활과 직결된 중차대한 정책들을 ‘간보기’로 내놓고 여론 반응이 나쁘면 ‘퇴로(退路) 찾기’에 급급한 태도를 말한다. 시행착오에 따른 빠져나갈 틈, 변명할 여지를 남겨놓기 마련이다.

반면, 정치세력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중 플레이를 하는 대신에 실패에는 책임지고 옷을 벗고 정치권으로 컴백하면 된다.

관료 엘리트는 다르다. 권력의 그늘에 숨어 가용할 수 있는 샘플 정책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 ‘ctrl+c(복사)’ 양산하면서 조직과 개인의 ‘보신(保身)’에 매달리다 자칫 삐긋 하면 토사구팽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만큼 간보기에 능해야 하고, 퇴로 마련에 철두철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바뀐 정권이 내놓은 정책 슬로건마다 새로운 것 같아도, 실제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게 다반사다.

결국, 새 정부와 관료 시스템이 제시하는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도 매한가지다. 집값 이상급등, 투기 과열, 부동산거래 과다 시세차익 등을 잡기 위해 진보·보수 어느 정권이든 ‘극약처방’이라며 내놓았지만 제대로 된 효험은커녕 부작용만 낳고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반복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호평으로 60%대 중반을 기록했던 문대통령 지지도가 ‘부동산 덫’에 걸려 40%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개혁 드라이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관료사회의 이중 플레이를 집권세력이 과연 제대로 제어하고 지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