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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세조 임금과 신숙주의 팔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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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세조 임금과 신숙주의 팔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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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조선 때 세조 임금은 무슨 일이든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했다.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세조는 어느 날 대신들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팔씨름을 하자고 제안했다. ‘뚝심’ 좀 쓰는 신숙주가 세조를 상대하기로 했다.

신숙주는 세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적당히 버티는 척하다가 져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수를 했다. 술기운 탓인지 3판 가운데 한판을 이기고 말았다.

그 바람에 술자리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팔씨름 한판 졌다고 씩씩거리는 임금과 오래 있으면 좋을 것 없었다. 대충 술자리를 접게 되었다.

이 와중에 눈치 빠른 한명회가 신숙주의 하인에게 슬그머니 귀띔을 했다. “오늘밤에는 집안의 촛대를 모두 치워놓아라.”

신숙주는 꼭두새벽에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다. 이튿날 새벽에도 어김없이 일어나 습관대로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하인이 치워놓은 촛대를 찾을 수 없었다. 신숙주는 불을 밝히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 시간에 세조는 사람을 보내 신숙주를 감시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팔씨름을 이긴 신하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세조는 신숙주가 책을 읽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야 안심하고 있었다.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세조는 바둑을 둘 때도 다르지 않았다. 절대로 지지 않으려고 했다. 내기바둑일 때는 더욱 그랬다. 언젠가는 대신들과 말 3마리를 걸고 바둑을 두기도 했다. 대신들은 임금의 말을 따먹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까운 말을 잃어줄 수도 없어서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그런데, 바둑은 ‘수’가 틀리면 판을 엎고 새로 둘 수도 있다. 바둑돌을 잘못 놓았다고 우기면서 한 수 물릴 수도 있다. 술내기 바둑이라면 술값 좀 뒤집어쓰면 그만일 수도 있다.

나라의 정책은 바둑과 다르다. 판을 엎어버릴 수도 없고, 다시 두기도 까다롭다. 정책이 잘못되면 나라가 멍들 수 있다. 백성은 골병이 들고, 정부를 원망할 수도 있다. 다산 정약용은 중국의 고사를 예로 들면서 서투른 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나라 망치는 것을 바둑 한 판 지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오늘날에도 정약용이 비웃을 만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것도 속출하고 있다.

알다시피, 대표적인 게 ‘부동산정책’이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정책이 몇 번이나 발표되었는지 기억도 아물아물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도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3건이나 쏟아내고 있다. ‘6․17대책’, ‘7․10대책’에 이어 ‘8․4대책’이다. 반발과 성토가 잇따르자, 그것마저 또 손을 대고 있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왕창 늘려놓은 태양광발전설비는 산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집중호우로 발전설비가 무너져 내리면서 농토를 덮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1174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태양광발전시설의 피해 건수는 1%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그 1%의 피해를 입은 농민은 정부를 껄끄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태양광발전 사업 때문에 훼손된 산지가 4407ha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나 된다고 한다.

원금은 물론이고 ‘연 3%+α’의 수익률까지 보장하겠다는 ‘뉴딜펀드’는 투자 손실이 나거나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랬다가 결국은 “원금 보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물러서고 있다. ‘정책보험’이라는 게 있다면 들어뒀으면 싶을 노릇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