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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의 대명사 Zoom, 보통명사화로 상표권 잃을 위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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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의 대명사 Zoom, 보통명사화로 상표권 잃을 위험은?

- 화상회의 플랫폼계의 강자로 떠오른 Zoom 상표, 보통명사화되었다고 볼 근거는 아직 부족 -
- 상표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는 보통명사화, 이를 피하기 위한 대비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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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ttps://zoom.us/


올 상반기부터 코로나19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들이 전면 취소되고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화상회의 플랫폼 전성시대가 열렸다. 시중에는 줌(Zoom), 스카이프(Skype), 구글 행아웃즈(Google Hangouts), 씨스코 웹엑스(Cisco WebEx),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 고투미팅(GoToMeeting) 등 다양한 화상회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 중 소위 ‘대세’는 Zoom이다. 각종 웨비나(webinar)와 크고 작은 업무 미팅은 물론, 친인척·친구와의 캐주얼한 원격 만남, 종교활동, 수업, 졸업식, 결혼식, 심지어 법원 재판 용도로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Zoom wedding”, “Zoom graduation”, “Zoom date”, “Zoom birthday party”, “Zoom lesson” 등 일상 단어 앞에 ‘Zoom’만 붙이면,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화상 스트리밍 실황 중개를 뜻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유명사인 Google을 검색엔진을 뜻하는 보통명사로 쓰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지어 ‘검색하다’란 뜻의 동사로 쓰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대개 하나의 단어가 다른 뜻을 가진 어휘로 진화하는 데에는 수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Zoom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안전한 소통 채널을 찾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몰리면서 이 과정이 매우 급격히 진행되었다.

앱 스토어(App Store), 아스피린(Aspirin), 셀로판(Cellophane), 에스컬레이터(Escalator), 비디오테이프(Videotape), 지퍼(Zipper)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때 상표명이었던 고유명사들이 보통명사화 또는 관용명칭화 (genericide)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 주식회사(Zoom Video Communications, Inc.)가 보유한 상표 ‘Zoom’도 곧 이 반열에 오를까? 이번 달 뉴욕 IP-DESK 해외시장뉴스에서는 화상회의의 대명사가 된 Zoom 상표가 보통명사화될 위험에 대해 전격 분석해보고자 한다.

상표권을 위협하는 유명 브랜드의 보통명사화 현상


상표란 상품의 출처, 원산지, 품질 등을 나타내는 기능을 하는 이름이다. 미국에서 연방상표로 등록하려면 상표가 본질적으로 출처의 식별력이 있거나 (inherently distinctive), 식별력이 획득되어야 한다. 즉, 해당 상품·서비스를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유통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관련 상품의 품질이 어떠한지 등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명 혹은 관용명칭 (generic name)은 일반 대중이 들었을 때 어느 한 회사와 연결 짓지 못하므로 상품·서비스의 출처 표시의 기능을 다 할 수 없고, 따라서 상표로 인정되지 못한다.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분명 경사이지만 상표권 관리의 측면에서는 이 같은 특정 브랜드명의 보통명사 어휘화 현상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상표가 보통명사화되면 독점적인 상표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방상표로 등록된 이후에라도 해당 표장이 상품·서비스를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굳어질 경우, 상표법 15 U.S.C. § 1064(3)에 입각하여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상표의 보통명사화를 피하기 위한 대비책


이처럼 우리 회사의 상표가 공중영역(public domain)에 진입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회사 내 담당자들과 주요 거래처는 물론, 소비자 및 일반 대중들이 상표를 올바르게 부르도록 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운율과 언어유희를 살려 “I am stuck on Band-Aids brand cause Band-Aid’s stuck on me.”라는 광고 캠페인을 선보인 바 있다. 또한, 제록스는 2018년 트위터 (Twitter)에 “We’re a company, not a verb. When you use ‘Xerox’ the way you use ‘aspirin,’ we get a headache.”라고 재치 있는 정정 답글을 달아 화제가 되었다. 반면, 킴벌리-클라크 (Kimberly-Clark)는 “‘Kleenex’ is a brand name … and should always be followed by an ® and the word ‘Tissue.’ [Kleenex® Brand Tissue] Help us keep our identity, ours.”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로 홍보 활동을 벌였다.

또 다른 예시로, 레고 그룹(The LEGO Group)은 ‘LEGO’가 상표명임을 모두에게 명확히 인지시키기 위해 아래와 같이 상세한 브랜드 사용 안내문을 회사 홍보 자료에 넣었다.

Using the LEGO® brand

ALWAYS write the LEGO brand name in capital letters.
ALWAYS use a descriptive noun after the LEGO brand name, it must never appear on its own.
• E.g. wrong use: I play with LEGO.
• E.g. correct use: I play with LEGO bricks.
ALWAYS accompany the LEGO brand name by the Registered symbol ® in headlines and the first time it appears in copy text.
NEVER use the LEGO brand name as a generic term, add a possessive ‘s,’ plural ‘s’ or hyphen.
• E.g. wrong use: LEGO’s, LEGOs, LEGO-bricks.
• E.g. correct use: the LEGO brand’s, LEGO bricks.
NEVER use the Registered symbol ® in connection with a company name.
• E.g. wrong use: LEGO® System A/S.
• E.g. correct use: LEGO System A/S.
• NEVER change or adjust the graphical design of the LEGO logo.

미국 내 ‘ZOOM’ 상표권 현황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가 미국에서 보유한 등록상표 현황을 조사해보니, 놀랍게도 2020년 8월 초 기준 연방상표로 등록이 완료된 ‘ZOOM’ 상표는 없었다.

상표·서비스표
출원번호
출원일

최초 사용일
진행상황

87557217
2017년 8월 4일
38류
2012년 5월 31일
유사 선출원 상표 등록으로 인해 출원 보류

88016782
2018년 6월 27일
9류
2014년 10월 31일
유사 선출원 상표로 인해 출원 보류

88920458
2020년 5월 18일
42류
2012년 7월 1일
출원 심사 대기 중

88921775
2020년 5월 18일
9류
2013년 1월 31일
출원 심사 대기 중


등록상표가 없다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미국 상표법 은 특정 상표를 먼저 상거래에서 사용함으로써 독점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사용주의를 표방한다. 따라서 출원·등록절차 없이도 특정 상품·서비스와 관련하여 실제로 상업적으로 사용된 상표에 대해 미국 보통법상의 상표권(common law trademark rights)이 인정된다. 다만 그 상표권은 실제로 상표가 사용된 지역으로 제한되어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고, ® 심볼을 사용할 수 없으며, 상표권을 침해당할 경우 등록상표만큼 법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뿐이다.

동네 식당, 옷가게, 병원처럼 상표 사용에 지리적 제약이 따르는 업종과는 달리,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는 일일 미팅 참석자 (daily meeting participants) 3억여 명에게 ‘ZOOM’ 상표로 클라우드 기반 P2P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를 원격 제공해왔기에 접속자들이 분포하는 미국 전역에서 보통법상 상표권을 획득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보통명사화를 경계해야 한다.

‘ZOOM’ 상표는 보통명사화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제9순회항소법원 (U.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는 2017년 판례 Elliott v. Google, Inc., 860 F.3d 1151, 1163(9th Cir. 2017)에서 단순히 한 상표가 동사로 쓰인다는 이유로 보통명사화되었다고 간주할 수 없으며, 상표에 대한 지정상품·서비스와 연관해서 보통명사로 인식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관련 소비자들이 ‘google’이란 단어를 Google 검색 엔진으로 특정짓는 대신에,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해함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또한 법원은 상표가 형용사로 쓰일 때만 출처 식별 기능을 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즉, 상표가 동사, 명사 등 형용사가 아닌 다른 품사로 쓰이더라도 출처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 논리에 따르면 Zoom 상표는 보통명사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노트르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Notre Dame Law School)에서 상표법을 가르치는 마크 맥케나 (Mark McKenna) 교수는 “‘Google’이 ‘검색하다’ 뿐만 아니라 ‘특정 회사가 제공하는 특정 검색엔진’을 상징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소비자들이 잘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Zoom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Zoom’이 화상회의 (videoconferencing)를 뜻하는 동시에, 경쟁사들로부터 구분되는 특정 회사의 특정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상품이 출시될 때 해당 상표가 보통명사화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 상품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적당한 단어가 아직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이 유사 상품을 만들기 시작한 후에도, 소비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단어(즉, 선발주자의 상표명)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Zoom의 경우 코로나19로 단기간 내에 폭발적인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하더라도, Skype, FaceTime, Google Hangouts, Microsoft Teams 등 다양한 화상회의 플랫폼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단어로 이 서비스를 지칭해야 할지 알 공산이 크다. 뉴햄프셔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University of New Hampshire School of Law)의 알렉산드라 로버츠 상표법 교수도 “사람들이 Zoom이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회사명이라는 사실을 대체로 인지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시사점


상표가 보통명사화되면 누구나 해당 용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국 상표법은 보통명사화를 상표 사용 중단 혹은 포기 (abandonment) 행위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상표권자의 작위·부작위에 의해 해당 상표가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고착되거나, 또는 (상표권자의 행위와 무관하게) 소비자의 인식 변화로 인해 동 상표가 보통명사로 인지될 때 상표 사용이 중단된 것 (abandoned)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상표의 식별력을 유지하려면 앞서 설명한 레고 그룹처럼 해당 상표가 상품·서비스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용어가 아니라, 철저히 기업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상표 노출 시 유의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 몇 가지를 꼽으라면 아마도 Zoom을 빼놓기 힘들 것이다. 지금 당장은 ‘ZOOM’ 상표가 보통명사화될 위험이 미미하더라도, “I was zooming all night”, “Let’s set up a zoom”과 같은 표현이 사람들의 일상 언어로 굳어지기 전에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ZOOM’이 출처를 나타내는 자사 상표라는 사실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올바른 상표 지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소비자 계몽 캠페인에 나설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원: Elliott v. Google, Inc., 860 F.3d 1151 (9th Cir. 2017); USPTO Trademark Status & Document Retrieval, https://tsdr.uspto.gov/; Merriam-Webster 사전, https://www.merriam-webster.com/; The LEGO Group: A short presentation, https://www.lego.com/cdn/cs/aboutus/assets/blt2278c7a21e58e900/LEGOCompanyProfile_2020.pdf; Zoom walks back claims it has 300 million daily active users, https://www.cnbc.com/2020/04/30/zoom-walks-back-claims-it-has-300-million-daily-active-users.html; As Zoom Booms, Is Its Trademark At Risk Of Genericide?, https://www.law360.com/ip/articles/1277334/as-zoom-booms-is-its-trademark-at-risk-of-genericide-?nl_pk=da9e40c5-a918-4fa3-a27d-64c75c93ec83&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email&utm_campaign=ip; Is Zoom On The Verge Of Becoming A Generic Mark?, https://www.natlawreview.com/article/zoom-verge-becoming-generic-mark; Xerox Twitter 계정, https://twitter.com/xerox/status/993601087084130305?lang=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