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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사’ 재요구 나선 HDC현산, 산은·금호 수용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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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사’ 재요구 나선 HDC현산, 산은·금호 수용은 ‘글쎄’

산은 ‘HDC 책임론’ 지적에 입 연 ‘HDC현산’…재실사 재촉구
HDC “아시아나항공 위기, 부실경영이 원인…제대로 확인해야”
12일 계약 종결 시한 일주일 앞두고 ‘인수 여부’ 언급은 없어
산은·금호 재차 거부할 듯…인수 무산 책임 ‘명분쌓기’ 지적도
금호 겨냥 HDC “산은도 기만했다”…산은에는 ‘수위조절’?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으로부터 ‘3개월 재실사’를 거부당한 HDC현대산업개발이 6일 ‘유감’을 표하며 거듭 ‘재실사’ 필요성을 강조, 수용을 촉구했다.

지난 3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의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밝힌 지 사흘만이다. 앞서 산은과 금호산업은 ‘재실사 거부’를 분명히 하고 오는 12일로 계약 종결 시한을 정한 상태다.
계약 종결 시한 일주일가량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HDC현산의 인수와 관련해 최종 입장이 예상됐지만 ‘재실사’를 재촉구함에 따라 공은 또다시 산은과 금호산업에 넘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산은과 금호가 기존 입장을 번복, 재실사 수용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인수자와 피인수자간 신경전에 이어 감정의 골까지 깊어진 가운데 HDC현산의 재실사 재요구는 매각 무산시 책임 공방의 또다른 논란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HDC현산이 ‘재실사’ 거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도 산은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은,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HDC현산 “금호, 부실경영 책임 회피…산은 철저히 기만해”


HDC현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약 8개월 동안 기업결합 신고, 인수자금 조달 등 인수절차에 만전을 기해 왔음에도, 매도인 측이 계약 불이행의 책임을 인수인에 돌렸다”면서 금호산업에 유감을 표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매도인인 금호산업의 부실경영과 계약 불이행으로 초래된 것이 명백한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는 외면한 채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데만 애를 쓰고 있다”고 일갈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산은의 HDC현산의 대면 협상 회피와 인수준비위원회 활동, 성실한 자료 제출을 해왔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7주간의 실사 기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자료 제출이 불성실했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그리고 해외의 항공전문 컨설팅회사를 총동원해 진행했다”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실사 기간 내내 매우 제한적인 자료만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성실한 자료 제공에 대해 금호산업의 고위 임원진에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공된 자료도 주요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어 실사가 무의미할 정도였다”며 “더욱이 계열사와 관련된 자료는 거의 제공되지 않아서 이와 관련한 실사는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급증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2조 8000억 원에 달하며 결산일까지 차입금 및 당기순손실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했다”며 “코로나19 이전에 계약서대로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재무제표 변동이 이미 일어났다”고 재실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진술 및 보장이 진실해야 한다는 계약의 기본적인 조건을 위반한 것이며, HDC현산과 채권단을 철저히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발생이 인수자인 HDC현산의 동의없이 진행된 점과 게열사에 대한 1400억 원 지원 등도 재실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이 지난 7개월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통해 자료를 제출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효율적 경영 및 영업 활성화를 위한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으로 재실사와는 무관하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준비단의 활동조차 재실사와 연관 지어 이미 재실사를 충분히 진행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금호산업의 부실경영이 원인임은 명백하다”면서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어떤 것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을 채권단의 손에 맡긴 채 아시아나항공과 HDC현산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은 지난 12월 계약 이후 전문 인력 투입 등 인수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인수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HDC현산은 “인수자금의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포함, 회사채·ABL 발행 및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총 1조 7600여억 원을 조달함으로써 연간 46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융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변함없는 의지를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금호, HDC현산 ‘재실사’ 재촉구 수용 힘들 듯

산은과 금호산업이 계약 종결 시한은 12일로, 불과 일주일가량을 앞둔 시점에서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3일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상황 변화가 있다면 있는 것만 점검만 하면 되는데 자꾸 (HDC현산이)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재실사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의 성실 원칙에 입각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금호와 산은 측은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선 현산 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라고 ‘HDC현산 책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산은은 HDC현산이 인수를 전제로 한다면 인수 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재실사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도 “추가 실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거래종결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마치 충분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재실사를 일축한 상태다.

HDC현산이 이날 ‘인수 의지’만 내비쳤을 뿐 인수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여전한 인수 포기 가능성에 산은과 금호 입장에서 재실사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실사 수용으로 자칫 매각 무산 빌미만 제공할 수 있어서다.

HDC현산의 거듭된 재실사 요구는 계약금 2500억 원 반환 소송을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산은과 금호산업이 (재실사를)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데다 이 회장이 HDC현산 책임까지 거론한 만큼 재실사 수용은 HDC현산 논리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며 수용 불가에 무게를 실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