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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 인류에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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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산암모늄, 인류에 ‘약’인가 ‘독’인가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 원인으로 지목
다방면에서 활용되지만 테러에 악용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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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이자 테러의 도구가 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물질이다. 사진은 질산암모늄 폭발 후 폐허로 변한 베이루트 현장. 사진=뉴시스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질산암모늄'이 지목됐다. 질산암모늄은 다방면서 유용하게 활용되지만 테러에 악용될 수 있는 '동면의 양면'과 같다.

6일 관련 업계와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 73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다쳤다.

아직 폭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바논 정부는 항구 창고에 저장된 질산암모늄이 가열돼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질산암모늄을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을 규명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질산암모늄은 무색이나 백색 또는 연회색 결정의 화학물질이다. 비료의 원료로 많이 쓰이며 냉각제, 로켓 연료, 화약, 폭죽 등 산업·생활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농업 혁명'을 가져온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유용한 만큼 인류에 독이 될 때도 많다. 질산암모늄이 공기 중에선 안전하지만 고온이나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 위력도 상당하다. 질산암모늄은 TNT의 42%로 달하는 폭발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질로 주의를 기울여 다뤄야 하지만 순간의 실수가 대형 참사를 부른 적이 많았다. 1947년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질산암모늄을 실은 선박에 화재가 나 연쇄 폭발이 발생, 600여 명이 숨을 거뒀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의 원인도 질산암모늄 유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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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폭발 전과 후를 비교한 위성 사진. 사진=플래닛랩스/CNBC


이번 베이루트 폭발사고도 자칫하면 더 큰 참사가 될 뻔 했다. 항구 창고에 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모두 터졌다면 주변이 초토화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폭발 위력은 TNT 1155t의 위력과 비슷한데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15분의 1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질산암모늄이 테러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비료로 사용돼 구하기 쉽다는 장점으로 질산암모늄은 테러리스트들의 폭탄 제조에 종종 이용됐다. 1972년에는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차량 폭탄을 제조에 질산암모늄을 사용하면서 최고의 발명품은 테러를 위한 도구가 됐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폭발 사건과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 때 질산암모늄이 이용됐다.

일상생활에서 접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질산암모늄을 다룰 때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질산암모늄을 흡입하면 호흡기 등에 악영향이 미치며 단시간 과량 섭취 때는 청색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눈에 질산암모늄이 들어갔다면 물로 충분히 씻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농업용 비료로 주로 활용되는 질산암모늄은 자연 발화 되지 않는 물질이다. 다만 가연성 물질에 닿으면 TNT 절반에 가까운 위력을 보이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