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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남매의 난’ 알고보니 장남 조현식의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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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남매의 난’ 알고보니 장남 조현식의 ‘대리전’?

장녀 성년후견인 청구에 ‘경영권 분쟁’ 수면으로
조현식 19.32%, 동생 조현범 19.31% ‘형제 경영’
조현범, 아버지 주식 전량 매입하며 최대주주 등극
후견 청구 직후 움직인 조현식, 동생에 반기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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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나와 그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버지 조양래(83)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은 차남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나머지 남매들과 맞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을 롯데그룹 ‘왕자의 난’에 끼워 넣는 분위기다.

◇ 장녀의 성년후견인 청구에 ‘경영권 분쟁’ 수면으로

경영권 분쟁에 불을 붙인 사람은 장녀 조희경(54)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은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누나다. 조양래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첫째 딸 조희경 이사장과 둘째 딸 조희원(53) 씨, 셋째 아들 조현식 부회장과 막내아들 조현범 사장 등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 6월 30일 아버지 조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서울가정법원에 청구했다. 성년후견 제도는 병들거나 나이가 많아 사무 처리 능력이 없는 성인에게 후견인을 붙여 재산 관리 등 업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조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 매각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26일 막내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가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주회사 지분 23.59% 전부를 블록딜(증시 마감 후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겨줬다. 당시에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형제 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며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최근까지 (주식 매각 등)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30일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접수했다.

◇ 후견 청구 직후 움직인 조현식, 동생에 반기 들었나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은 남매간 갈등으로 비치지만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다르다.

블록딜 이전까지 형 조현식 부회장과 동생 조현범 사장은 지주회사(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각각 19.32%와 19.31%로 거의 균등하게 가졌다. 2017년 말 인사에서 조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맡고 조 사장이 타이어사업을 비롯한 계열사를 맡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룹 총괄은 형에게 맡기면서도 상징성을 가진 타이어사업은 동생에게 준 형국이었다.

조 부회장은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개시 청구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 부회장은 성년후견 개시 청구 당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두고 행보를 결정할 것이며 누나 조 이사장과 연대할지 고민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무법인 원은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간 상속 분쟁을 맡아 이 회장 승리를 끌어내며 상속 관련 사건에 두각을 나타낸 곳으로 알려졌다. 또 원이 2013년 세운 사단법인 선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됐다.

◇ 조 이사장 지분율 고작 0.83%...과연 경영권 노렸을까

여기에서 조 이사장이 정말로 자신이 경영권을 가지려 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조 이사장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0.83%에 불과하다. 게다가 조 이사장은 형제 경영 구도에서 일찌감치 멀어져 있었다.

비슷하면서 다른 사례로 언급된 롯데그룹의 경우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를 신청한 사람은 분쟁 당사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닌 신격호 회장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였다. 신 씨는 당시 신격호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정한 것을 두고 진위를 의심했다.

조양래 회장 본인도 조 이사장이 한 행동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은 성년후견 개시 청구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통해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저야말로 첫째 딸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본 적 없다”라며 “딸은 회사 경영에 관여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 말처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음에도 조 이사장이 전면에 나타났다면 이번 분쟁 당사자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만 남는다. 다만 조양래 회장이 팔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편으로 알려져 형제 경영에 금이 간 상황을 적극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