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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대만, 다음 기술전쟁의 발화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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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대만, 다음 기술전쟁의 발화점 우려

TSMC,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반도체 공급으로 엄청난 수익

대만 TSMC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 와중에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며 대만이 기술전쟁의 지정학적인 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TSMC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 와중에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며 대만이 기술전쟁의 지정학적인 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최첨단 반도체 칩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대만 TSMC, 미국 인텔, 한국의 삼성전자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최첨단 칩 제조는 전문적이고 최고 수준에서 계속 경쟁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WKTV 등 외신이 대만 TSMC가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 와중에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며 대만이 기술전쟁의 지정학적인 요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TSMC 주가는 지난주 인텔이 7나노미터 칩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다시 최고치로 치솟았다. 인텔이 이들 칩의 생산을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TSMC는 미국 기업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삼성은 7나노미터 칩을 생산하고 있지만 TSMC에 비해 위탁 제조 사업 규모가 작다. 또한 메모리 칩을 주로 만든다. 반면 인텔은 자신들의 고급 칩 제조에 도움이 필요하다.

인텔의 실패는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텔의 저력은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브렛 스완슨 연구원은 "인텔은 수년 동안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 왔으며 상업적으로 7나노미터 제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SMC의 성공과 세계적인 칩 공급 업체로서의 위상은 TSMC를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회사로 만든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며 TSMC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TSMC는 두 나라 모두에 인공지능, 5G,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관련된 칩을 공급하고 있다.

TSMC는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에 2024년까지 5나노미터 칩을 생산할 수 있는 1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용 또는 민감한 민간 응용 분야에 사용되는 칩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TSMC가 미국의 칩 제조 능력 강화를 돕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 TSMC는 중국 본토에 있는 제조 공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이 TSMC와 대만에 보복한다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글로벌 실장은 "대만은 중국이 난징과 상하이의 TSMC 공장을 국유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을 지배한 적이 없지만, 공산당 정부는 대만을 자국 영토의 부분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을 때마다 화를 낸다. 공식적으로 미국은 중국과만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이 TSMC 중국 본토 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TSMC가 본토에 고급 공장을 짓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현재 난징과 상하이의 TSMC 공장은 덜 발전된 기술을 가동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가장 발전된 팹은 대만에 있으며 아리조나가 최초의 대규모 해외 공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TSMC의 화웨이 수출은 벽에 부닥쳤다. TSMC는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데 미국의 기술과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칩 제조사가 화웨이와 반도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화웨이를 글로벌 5G 네트워크에 접근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허가를 신청해도 거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TSMC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계약 제조업체다. 애플, 아마존, 퀄컴,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은 고급 칩을 설계할 수 있지만, 그것들을 만들 TSMC와 같은 제조 능력이 없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스완슨에 따르면 중국 본토 바로 앞 작은 섬에 그렇게 많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이 집중된 것은 공급망의 걱정거리였다고 한다. 예컨대 대만에 쓰나미가 온다면 대책이 없어진다.

스완슨은 "서구는 지정학적으로만 대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 때문에라도 대만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대만은 중국과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했다. 지난 몇 년간 수십만 명의 대만 기술자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돕기 위해 본토로 갔고 그들로 인해 중국 반도체 산업은 발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인텔, 삼성, TSMC 등에 3~5년 뒤처져 있다.

중국 최대 회사인 SMIC는 현재 10나노미터 칩을 생산하고 있다. 톱 플레이어들은 이미 7나노미터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5나노미터, 결국 3나노미터 칩으로 전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SMIC의 더 큰 문제는 미국이 네덜란드 회사 ASML가 SMIC에 EUV(극자외선) 장비 판매를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EUV 기술은 ASML에 의해 설계됐지만 미국 지적재산도 포함돼 있다. 7나노미터 이하의 칩 설계는 이 장비가 있어야 한다.

지정학적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SMIC도 2023년을 지나면 가장 진보된 칩 기술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업계 선두주자들이 다른 기술로 더 앞서 있을 것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