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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장비가 제갈량에게 장담한 ‘풍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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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장비가 제갈량에게 장담한 ‘풍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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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삼국지’ 이야기다.

제갈량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동남풍을 ‘빌려오는’ 문제 때문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제갈량’이라고 해도 ‘바람’을 빌려올 재간은 없었다.

그런 제갈량에게 어떤 노인이 귀띔했다. “초겨울에 미꾸라지 배가 뒤집히면 이튿날 닭 울기 전에 동남풍이 올 것이다.”

노인은 경험이 많은 법이라고 했다. 경청할 필요가 있었다.

제갈량은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관찰했다. 과연 노인의 말처럼 미꾸라지가 뒤집히면 바람이 밀려왔다. 제갈량은 그래도 조심스러웠다.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자 장비가 불쑥 나서며 큰소리쳤다.

“그까짓 바람 따위는 내가 빌려오겠다.”

장비는 그러면서 석판 하나를 꺼냈다. ‘풍우석(風雨石)’이라는 납작한 돌이었다.

풍우석은 희한했다. 돌에 아무런 무늬도 없을 때는 바람이 잠잠했다. 그러다가 무늬가 생기면 약한 바람이 일었다. 무늬가 많아지면 큰바람이 불었다. 게다가 바람의 방향도 나타냈다. 무늬가 생기는 방향이 바람 부는 방향이었다.
날씨도 알 수 있었다. 돌이 건조하면 날씨가 맑고, 축축하면 흐렸다. 물기가 맺힐 정도로 축축해지면 약한 비가 오고, 물방울이 생기면 큰비가 내렸다.

비와 바람을 알 수 있다고 해서 풍우석이었다. 오늘날 용어로 ‘일기예보’를 하는 신기한 돌이었다.

장비는 그 돌을 얻게 된 경위를 털어놨다. 유비가 조조 밑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을 때였다. 조조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위장이었지만 성질 급한 장비는 못마땅했다. 유비에게 불평을 늘어놓다가 칼을 갈 숫돌을 구한다며 뛰쳐나갔다.

어느 도교사원에 도착했더니 적당한 석판이 보였다. 장비는 다짜고짜 사원의 도사에게 석판을 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내놓을 리가 없었다.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칼을 뽑아들었다.

도사의 칼 솜씨는 대단했다. 적수를 만난 적이 없다던 장비도 쩔쩔맬 정도였다. 두 사람은 한참 만에 싸움을 멈추고 통성명을 했다.

상대방이 장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사는 석판을 선뜻 넘겨줬다. 풍우석은 그렇게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제갈량은 여전히 반신반의였다. 장비는 “그렇다면 내 목을 걸겠다”고 장담했다.

제갈량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풍우석에 무늬가 나타날 때, 항아리 속을 살폈더니 미꾸라지도 배가 뒤집히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고 있었다.

제갈량은 마침내 주유에게 “동남풍을 빌려오겠다”고 통보했다. 주유는 전군에 동원령을 내리고 화공을 준비했다. ‘적벽대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 풍우석은 지금도 장비의 사당에 곱게 보관되어 있다는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최근 며칠 기상청이 ‘동네북’이다. ‘장기 기상전망’ 탓이다. 지난 5월 ‘여름철 기상전망’ 당시 “7월말부터 8월 중순에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좀 어긋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비의 풍우석을 빌려볼 일이다. 그러면 기상청이 욕먹을 일도 들어가지 않을까.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