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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수위 높이는 ‘HDC현산-금호’…산은에 쏠리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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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수위 높이는 ‘HDC현산-금호’…산은에 쏠리는 시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놓고 HDC현산-금호산업 책임공방 가열
HDC “재실사로 불확실성 해소” VS 금호 “모든 것 확인했다”
‘플랜B’ 준비 산은 내주 ‘공식입장’ 발표, 인수협상 분수령 될 듯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날 선 책임 공방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진실 공방을 전개하다 ‘노딜’로 귀결된 상황과 흡사해, 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을 향한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내주 교착 상태에 빠진 매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이번 인수 협상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재실사’ 요청에 격해지는 금호…감정의 골 깊어지는 ‘HDC-금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고가 항공업계를 뒤덮으면서 아시아나항공 M&A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유상증자를 비롯해 매각대금 납입 등 인수 일정이 지연되자 HDC현산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간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달 HDC현산이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 상황 발생으로 인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을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 달째 이렇다할 협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인수 일정이 지연된 지난 2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항공업계 M&A 한 축이 무너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미지급금 1700억 원을 해소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한 이후 계약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당시 제주항공의 노딜 선언으로 HDC현산 인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사흘만인 지난 26일 HDC현산은 금호산업에 상항 재점검을 이유로 ‘3개월 재실사’를 요구하자 책임 공방이 전면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수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당기순손실 등이 급증하고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등을 재확인해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 30일 HDC현산의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박에 나섰다. 금호산업은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현산이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은 또 “HDC현산은 계약체결 이래 현재까지 7개월간 대규모 인수단을 파견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받아 인수 실사와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했다”며 HDC현산이 ‘ 거래종결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HDC현산은 진정성 있는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재실사는 HDC현산이 인수하거나 아시아나 국유화의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필수적 과정”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합리적 상황점검과 제대로 된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으면 양사가 동반부실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아시아나 채권단 산업은행, ‘플랜B’로 수습하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HDC현산과 금호산업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업계에선 인수 무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HDC현산으로선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과 같은 결말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로인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으로 시선이 쏠린다. 매각 주체는 아니지만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만큼 ‘노딜’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측도 국유화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치면서 HDC현산을 떠나 산은 등 채권단이 관리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어서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일단 국유화한 뒤에 추후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산은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노딜로 끝날 경우 항공업계 혼란은 불가피하다. 정부 측이 논란 속에서도 ‘플랜B’를 거론한 것은 HDC현산에 대한 압박 카드이자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산은은 내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키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30일 “다음주 (산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이 회장은 “(산은이)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어 HDC현산과 금호산업간 중재에 초점에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무산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놓을 것으로 보여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중대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이제는 마지막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종착점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