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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하고 불 나고…' 경유차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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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하고 불 나고…' 경유차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

‘클린디젤’ 먹고 질주한 경유차, 미세먼지에 ‘급제동’
배출가스 조작·엔진 화재 등 악재 잇따르며 사양길로
환경규제·성능·연비 세 마리 토끼 못 잡는 ‘딜레마’에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 쏟아낼 2025년 ‘경유차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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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에 지난해 1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경유차는 한때 '클린디젤'로 인기를 누렸지만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며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뉴시스
‘경유차가 지고 전기차가 뜬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저렴한 주유비에 뛰어난 연비까지 갖춰 한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이제는 사양의 길을 걷는다.

지난달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이하 자동차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유차 신규등록 대수는 35만 1126대였다. 총 등록 대수(88만 9588대)의 39.5%로 휘발유차(45.4%)보다 약간 적었다.

경유차 신규등록이 올해 상반기에는 28만 1835대에 그쳤다. 전체 등록 대수가 94만 8257만 대로 늘었지만 경유차를 새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오히려 줄었다.

휘발유차는 1년 동안 40만 3924대에서 49만 8146대로 몸집을 불렸다. 비중으로는 10%P 넘게 감소한 29.7%로 52.5%를 차지한 휘발유차와 격차를 벌렸다.

◇ ‘클린디젤’ 먹고 씽씽 달린 경유차, 미세먼지에 ‘급제동’

경유차는 불과 7년 전만 해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자동차협회 통계를 보면 2013년 새로 등록된 자동차 가운데 경유차 비율은 43.5%로 휘발유차(42.5%)를 앞질렀다. 1배럴(약 159리터)에 100달러를 넘겼던 기름값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 등이 주요인으로 꼽혔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은 경유차가 질주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차보다 적다며 2009년 입법을 통해 경유차를 친환경차에 포함시켰다. 친환경차는 주차료와 혼잡통행료 감면,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경각심이 커지면서 2018년 현 정부는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NOx)이 문제였다. 경유(디젤) 엔진은 대량의 공기를 빨아들여 고압으로 압축해 연료를 분사하고 폭발을 일으켜 동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한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미제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더 많이 배출한다.

이에 따라 경유차는 최근 들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에서 경유차를 퇴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보다 빠른 2025년 공무용 차량에서 경유차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 배출가스 조작·엔진 화재… 잇따른 악재는 '몰락 신호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는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경유차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그룹은 실험 환경에서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DPF·매연저감장치)를 작동해 환경 기준치에 맞추고 실제 도로에서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게끔 엔진 소프트웨어(ECU)를 조작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판매된 차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폭스바겐이 전 세계에서 리콜하기로 한 차량만 1100만여 대에 달한다.

디젤게이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2016년 무렵 BMW 디젤 세단 ‘520d’에서 불이 났다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도로를 달리던 중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더니 불이 붙어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는 신고가 지속해서 접수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018년 조사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화재 원인으로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를 지목했다. EGR은 연료를 태우고 나온 배출가스를 다시 엔진으로 보내 연소에 재활용하는 장치다. 배출가스에는 카본이라고 부르는 탄소 찌꺼기가 포함돼 있는데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EGR 관련 부품에 카본이 쌓인다. 고온의 배출가스가 EGR을 지나면서 탄소 찌꺼기에 불을 붙였다는 게 유력한 설명이다.

◇'환경규제·성능·연비' 세 마리 토끼 못 잡는 ‘딜레마’

경유차를 둘러싸고 계속된 잡음은 예고된 것이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성능과 연비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제조사가 경유차를 팔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규제 ‘유로’를 지켜야 하는데 1992년 ‘유로1’이 발동된 이후 단계를 높여가다 2013년 ‘유로6’까지 강화됐다. 유로6는 승용차 기준 주행거리 1km당 질소산화물을 0.08g보다 적게 배출하도록 했다.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법으로 DPF와 EGR을 장착했으나 디젤게이트와 화재 사건이라는 결과를 낳고 만 셈이다. 게다가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될수록 DPF나 EGR같이 오염물질을 줄이는 장치를 보강해야 해 자동차 제조사에는 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새로운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했다. 대안으로는 전기차가 등장했다. 현대·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BMW·르노·도요타·포드 등 누구라 할 것 없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돌입을 예고한 2025년은 경유차의 종말을 고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