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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박원순 밥그릇’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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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박원순 밥그릇’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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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영정.
‘삼국지’에 ‘조조의 밥그릇’ 이야기가 나온다. 조조가 자신의 ‘작전참모’ 순욱에게 보낸 밥그릇이다.

조조는 진두지휘 스타일이었다.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최전선에서 싸웠다.

그런 조조를 뒤에서 지켜준 사람이 순욱이었다. 조조는 순욱 덕분에 후방에 대한 걱정 없이 싸울 수 있었다.

조조는 중대사를 항상 순욱의 자문을 받아 결정했다. “큰일이 있을 때마다 순욱과 상의했다”고 했다. 순욱은 조조의 ‘바른팔’이었다.

조조는 그런 순욱을 후(候)로 봉했다. 그리고 ‘바른팔 관계’를 넘어 자신의 딸을 순욱의 장남에게 시집보냈다. 그만큼 깊이 신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둘 사이는 금이 갔다. 조조에게 국공(國公)의 작위를 내리고, 구석(九錫)을 수여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순욱이 반대한 것이다. 순욱은 조조의 출세에 갑자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결국, 조조는 순욱에게 ‘음식 보따리’를 보냈다. 풀어보니 ‘빈 밥그릇’이 달랑 들어 있었다. 음식은 들어 있지 않았다. “네가 먹을 것은 더 이상 없다”는 뜻이었다.

순욱은 섭섭한 마음으로 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고 말았다.
우리 동양 사람들에게 ‘밥그릇’은 생명이고 인격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첫돌이 되면 밥그릇과 수저를 줬다. 이때부터 아기는 그 ‘식구(食具)’와 한 몸이 되었다.

신부가 시집가면서 꽃가마를 타고 떠날 때에는, 문 앞에 신부의 밥그릇을 엎어놓았다.

그러면 가마를 짊어진 사람이 문턱을 넘으면서 그 밥그릇을 밟아서 깼다. 밥그릇을 깸으로써 친정과 신부의 정을 끊었던 것이다.

사람이 죽어서 관을 내보낼 때도, 문턱 밖에 고인의 밥그릇을 엎어놓았다.

관을 내가는 사람이 그 밥그릇을 밟아서 깼다. 이승과 단절하는 의식이었다.

조조가 순욱에게 보낸 밥그릇도 인연을 끊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밥그릇 하나를 깨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밥그릇이다.

그런데, 깨기가 쉽지 않은 밥그릇이다. ‘박원순 밥그릇’은 ‘평범하지 않은 큰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절하는 게 껄끄럽고 싫은 사람이 많은 밥그릇이다.

깨기가 까다로운 이유는 더 있다. ‘서울특별시 장(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데 대한 반대가 간단치 않은 것이다.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이라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십만이 동의하고 있을 정도다. 한쪽에서는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상 털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장례식장 주위에서는 ‘정치바람’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나라가 또 요란해지게 생겼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