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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령 맞은 ‘아시아나-이스타’, 노딜이냐? 재협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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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령 맞은 ‘아시아나-이스타’, 노딜이냐? 재협상이냐?

제주항공, 선결 조건 해결 시한 앞둬…정부 ‘인수 당부’ 속 갈등 격화
자금 조달 계획 ‘빨간불’ 켜진 HDC현산…'지지부진' 재협상 향배는?

[자료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사진=뉴시스]


국내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며 제시한 시한(15일)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인수 논란은 국내 항공업계 재편의 큰 축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산업은행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재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재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인수 무산 위기에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갈등 봉합과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최후통첩 시한(15일) 사흘 앞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갈등은 최고조다. 최근 ‘셧다운(운항중지)’ ‘구조조정’을 제주항공이 요구했다는 녹취록과 문건을 공개한 이스타항공에 제주항공도 공식자료를 통해 “이스타 측에서 계약의 내용과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 발표해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데로 깊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오는 15일까지 체불 임금 250억 원과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금 350억 원, 기타 연체한 조업료·운영비 등 약 1700억 원을 해결을 하라며 미이행시 인수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제주항공은 또다시 지난 7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선결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급기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까지 개입해 인수를 당부했지만, 전개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각각 만나 인수 성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노동부도 지난 8일 이스타항공 노사를 잇달아 만나 체불 임금 해소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원들의 임금 반납 의지 등을 제주항공에 전달하며 중재에 나섰다.

관건은 이스타항공의 자금력이다. 악화한 재정 상황으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항공수요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결국 자금의 문제로 정부의 대규모 추가 지원 없이는 인수 성사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자금 지원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속도 못 내는 ‘산은-HDC현산’ 재협상…다급한 정부, 해법 내놓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과 항공회복 시기마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로, HDC현산 입장에선 자칫 ‘동반부실’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상황변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 장관이 직접 정몽규 HDC현산 회장을 만나 적극적인 노력 당부 등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서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번 주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점에서 정부로선 항공업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HDC현산에 추가적 지원 등 인수 유도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DC현산도 산업은행과 정부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으로, 산은과의 인수협상을 진전시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으로 쓰려던 HDC현산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 실패로 끝나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비상등이 켜졌다.

HDC현산이 지난 6일 총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110억 원의 신청을 받는 데 그쳤다. 1500억 원을 목표로 했던 2년물에는 10억 원이, 500억 원 모집을 계획했던 5년물에는 100억 원이 모였다. 1000억 원 규모의 3년물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HDC현산은 채무상환에 1400억 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6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25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 회장 간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성사 가능성이 주목됐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사채 발행까지 흥행 참패로 끝나면서 인수 작업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만남 이후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HDC현산의 자금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정부와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HDC현산이 최적의 대상자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