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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증권회사 직원이 ‘1등 사윗감’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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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증권회사 직원이 ‘1등 사윗감’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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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증권회사 직원이 최고의 ‘사윗감’으로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여직원은 ‘최고의 며느릿감’이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 ‘억’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억’이면 그 비싸다는 ‘강남 아파트’를 넉넉하게 살 수 있을 때였다.

이렇게 재산이 느긋했으니, 증권회사 직원에게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던 월급 따위는 우스웠다. 하루 저녁 술값으로 탕진했다는 증권회사 직원도 가끔 있었다.

우리사주조합 덕분이었다. 갓 입사한 ‘고졸 여직원’도 우리사주 보유 주식이 ‘수천만 원’이었다. 그 주식을 팔아 결혼자금으로 쓴 여직원도 있었다. 1980년대 말 무렵의 증권회사 직원은 ‘우리사주 대박’이었다.

인터넷 사전을 옮기면 우리사주조합은 “1968년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거쳐 1974년 비공개법인의 공개촉진, 근로자의 재산형성과 저축 능력 배양, 노사 간 협조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채택되었으며 1984년 활성화방안이 마련되었다”고 했다. ‘종업원지주제도’다.

종업원지주제도는 좋은 점이 있었다. 종업원의 재산을 형성해서 근로의욕을 높여줄 수 있었다. 그러면 애사심을 키울 수 있었다.
기업으로서는 직원들이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종업원의 근로의욕이 높아져서 생산성도 높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종업원지주제도는 모순도 있었다. 직원 숫자가 많은 ‘대형 사업장’에서나 바람직할 게 종업원지주제도였다. 증권회사의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 직원에게 우리사주 주식을 분배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억’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권회사 직원들에게는 ‘직장 경시풍조’가 생기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해도 먹고살 걱정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표를 내고 다른 증권회사로 옮겨서 우리사주 주식을 또 받는 직원도 있었다. 그럴 경우 재산이 ‘갑절’로 늘어났다. 애사심은커녕 이직을 하는 증권회사 직원도 적지 않았다. 몇몇 증권회사 직원은 우리사주 주식을 헐어서 마련한 돈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땅 사고 콘도 투자를 하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이 ‘우리사주 대박’이 또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기업을 공개한 ‘SK바이오팜 직원’이 그렇다. SK바이오팜은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상장되더니, 가격이 곧바로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우리사주 주식을 배정받은 직원도 덩달아 ‘대박’이었다.

이 회사는 임원이 6명, 직원이 201명뿐이라 임직원 1인당 평균 1만1820주를 배정받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1인당 10억 원대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40% 정도의 ‘실권주’가 발생했다고 했으니, 이를 인수한 대주주들은 ‘더욱 대박’일 게 분명했다.

지난 3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538명을 대상으로 ‘노후 준비’에 대한 설문을 했다. 설문 결과, 직장인들은 평균 7억 원이 있어야 노후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7억’이라는 ‘거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35.6%에 불과했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직장인이 78.9%나 되었다. SK바이오팜 직원들에게는 이 설문 결과가 ‘남의 일’이 되고 있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