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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끌어온 키코 분쟁…산은·기은, 금융당국 방침에 무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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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끌어온 키코 분쟁…산은·기은, 금융당국 방침에 무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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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 참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12년을 끌어온 키코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11곳 가운데 9곳이 키코 은행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금융감독원에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대구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SC제일·HSBC은행이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만 아직 금감원에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은 내부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12월 12일 산은을 포함해 은행 6곳의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난 상태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산은은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은 분쟁조정 대상 은행은 아니었으나 키코 판매 은행이었기 때문에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협의체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협의체 참여를 권고받은 11개 은행들이 모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협의체를 꾸려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서 확고하게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하면 더는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협의체에 참여하더라도 실제 키코 피해 기업에 배상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미 한차례 분쟁조정안을 거부한 경험이 있어 은행들이 또다시 배상을 거부하거나 미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협의체는 각 은행이 피해기업과의 분쟁을 자율조정할 때 참고할 지침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은행들은 배상 여부와 비율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기업 206곳 중 소송을 제기했거나 폐업한 기업을 제외한 145곳이 분쟁 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