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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 부정하는 모순 범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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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 부정하는 모순 범하지 말아야”

검찰 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 중단' 권고에도 與·시민단체 檢압박 '딴지'...재계 "삼성 본업 전념하도록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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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만일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입니다. 검찰이 자신들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정한 결과 아니겠습니까”(재계 관계자)

검찰 수사심의위가 장고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여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수사심의위 결과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와 재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삼성 흔들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지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그릇된 판단을 막고 기소와 영장청구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자칫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묻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배심원 제도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6일 약 9시간 동안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김종중 전(前) 미래전략실 사장과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특히 표결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무려 10명이나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 권고에 찬성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한 수순을 밟았다는 지적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리자마자 여권에서는 즉각 '이 부회장을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며 검찰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 때문에 수사심의위 존재 이유가 의심받고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참여연대, 경실련 등 일부 진보시민단체도 "(이 부회장에)법적 책임을 물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라며 수사심의위 결정 불복 움직임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는 집권당과 시민단체가 수사심의위의 존립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는 각계 전문가들 가운데 최대 250명의 위원을 위촉하고 이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현안위원(15명)을 선정하고 회피·기피 규정도 만들어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을 갖춘 제도"라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심의위를 무조건 폄훼하고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이 과연 정의로운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은 그동안 삼성그룹 합병 과정·계열사 분식회계 의혹 등과 관련해 임직원들이 무려 100여 차례나 검찰에 불려나가고 총수가 4년간 재판에 시달려야 해 사실상 회사 경영이 마비된 상태"라며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삼성이 본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검찰이 이제라도 합당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을 하기 위해 마련한 수사심의위가 특정 정치세력의 의견과 다르다고 검찰을 압박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사심의위가 2018년 처음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년여 동안 모두 8차례 열렸는데 검찰은 모든 권고를 존중했다"면서 "특정 정치세력 눈치를 보며 그릇된 결정을 하면 검찰의 위신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법원이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후 이 부회장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비상경영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