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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빅4', 182조 원 전기차 배터리시장 놓고 합종연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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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빅4', 182조 원 전기차 배터리시장 놓고 합종연횡

현대차, 삼성·LG·SK 등과 잇따라 만나...'미래 車 배터리' 개발 협력 의지 다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향후 5년 내 182조 원으로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아라”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재계 '빅(Big)4'가 향후 반도체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규모가 커질 전망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의선-구광모, 장수명·전고체 배터리 개발 위해 손 맞잡아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50)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42) LG그룹 회장은 22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LG화학 미래 배터리 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이 단둘이 공식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은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개발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장수명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5배 이상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로 리튬 금속 등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 이상 높고 가격 경쟁력도 좋은 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폭발 위험성을 크게 낮춘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와 LG화학은 현재 전기차 사업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차가 생산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에는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E-GMP' 기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LG화학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다.

또한 양사는 지난 18일 ‘전기차&배터리 챌린지(EV & Battery Challenge)’ 공모전을 실시해 전기차·배터리 분야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신생기업) 발굴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13일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공개로 만나 삼성SDI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관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자사 차량에 내년부터 본격 생산할 예정인 삼성SDI 차세대 배터리 ‘젠5’를 탑재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젠5는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현재 양산된 전기차에 비해 20% 더 늘어난 600㎞"라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올해 3월 1회 충전에 800㎞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가 4대그룹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60) SK그룹 회장과도 만나 미래 배터리 개발을 논의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양산될 현대차 ‘E-GMP’ 기반 5종 모델에 배터리를 중장기적으로 납품하기로 약속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재계 '빅(Big)4'가 향후 반도체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대규모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재계 '빅(Big)4'가 향후 반도체 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대규모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세계 배터리 시장, 5년내 반도체 규모 뛰어 넘어"…삼성·SK·LG 시설투자 총력전


재계에 따르면 총수들끼리 따로 시간을 내 단독 회담을 갖고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우리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의 잇따른 만남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격적'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이들 총수들이 직접 전면에 나선 데에는 미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25년 182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효자 산업 메모리반도체(2025년 약 169조 원 예상) 시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 4월 말 기준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각각 1위, 5위, 7위를 차지한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공격경영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순수 전기차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이에 맞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글로벌 시설투자에 수 조원 대의 실탄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올해 1분기에만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세계 4위를 거머쥔 현대차는 전기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총 44종을 선보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방침이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