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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아시아의 ‘용’과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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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아시아의 ‘용’과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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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우리 대한민국이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龍)’이라는 찬사를 받은 적 있었다. 찬사였지만, 경계이기도 했다. 경제가 눈부시게 성장하니까 세계가 ‘용 4마리’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였다.

실제, 우리는 ‘4마리 용’에 오르기까지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77년 미국의 뉴스위크는 “세계에서 일본인을 게으르게 보이게 하는 유일한 국민은 한국사람”이라고 감탄하고 있었다.

▲1984년 미국 타임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한국인’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상은 이제 한국인에게는 불가능이 없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라고 격찬하고 있었다.

▲1985년 뉴스위크는 ‘한국인이 오고 있다’는 기사를 ‘표지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1986년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은 ‘동쪽을 보라’며 대한민국을 가리키고 있었다.

▲1988년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한국은 이대로 가면 10∼12년 내에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고 경계론을 펴고 있었다.

이랬었다. ‘4마리 용’이라는 찬사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는 무섭게 도약하고 있었다. 그래서 ‘4마리 용’에 당당하게 포함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63개 국가 가운데 23위를 차지했다는 발표다. 그럭저럭 중간보다는 높은 ‘성적표’였다.

하지만, ‘아시아 4마리 용’ 중에서는 ‘꼴찌’로 밀리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63개 국가 중에서 62개 국가를 훌쩍 제치고 국가경쟁력 1위에 오르고 있었다. 홍콩은 5위였다. 대만은 11위였다. 우리보다 12계단이나 높았다. 격차가 ‘엄청’ 벌어진 것이다.

대만의 국가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인 독일의 17위, 영국의 19위보다도 훨씬 윗자리였다. 10위인 미국 바로 다음이었다.

우리만 한참 처져서 23위에 그치고 있었다. 20위인 중국에도 밀리고 있었다.

‘4마리 용’ 가운데 유독 우리만 뒤떨어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어쩌면 고질적인 ‘반(反)기업정서’ 때문이다. ‘기업 때리기’로 난타를 당하며 어렵게 장사를 하는 와중에 높아질 수 있을 경쟁력마저 놓치게 되었을 것이다.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는 찬사는 ‘20세기 말의 과거사’가 되고 말았다. ‘용’ 아닌 ‘지렁이’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벌써부터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 ‘성적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작년에는 28위였는데 5계단이나 오른 것이라고 했다, 인구 2000만 명 이상인 국가로만 따지면 8위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인 이른바 ‘30-50클럽’ 중에서는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4번째라고도 했다. “지금까지의 구조개혁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정부의 자화자찬 비슷한 평가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밖에서도 그렇게 인정해줄 것인지는 궁금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