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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사과 한 달…‘약속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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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사과 한 달…‘약속은 지킨다’

지난달 6일 경영 승계 논란 사과와 대국민 약속…연이은 ‘실천’ 행보
“국격 높이겠다”는 이 부회장, ‘뉴 삼성’ 약속 ‘대규모 투자’로 행동
무노조 경영 폐지 등 사회적 논란도 하나 둘 해결 ‘마침표’ 찍어
코로나19 위기 극복 분위기 속, 檢 구속영장에 삼성 ‘총수’ 공백 위기

지난 5월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경영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간 숨 가쁘게 내달려온 이 부회장의 행보는 ‘약속 실천’으로 요약된다. 비록 물리적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비약하는 삼성을 꿈꾼다”는 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전대미문의 국가적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대규모 투자 발표와 동시에 ‘노조 문제’ 등 사회적 논란 해소 의지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1위’를 지켜내고, 국민적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까지 만족시키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30일간 ‘종횡무진’ 이재용…中 방문·대규모 투자 발표 등 이 부회장 의지 ‘실천’

지난 한 달간 이 부회장은 종횡무진이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사과 일주일만인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삼성과 현대가 사업을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으로,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배터리보다 안정성과 성능이 높은 전고체 배터리로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선점하겠다는 의기투합이다.

단독 회동 나흘 만인 지난달 17일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재확산세 속에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을 단행했다. 삼성의 유일한 해외 반도체 공장인 중국 시안 공장을 찾아 코로나19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와중에 첫 해외 출장으로, 총수로서 위기 극복 의지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시안에서 후허핑 산시성 당위원회 서기와 류궈중 산시성장, 리밍웬 서안시장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 ICT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 조치ㅔ 미중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중국 공장 방문으로 이 부회장의 반도체 전략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시안 공장은 중국 반도체 굴기에 맞서는 삼성 반도체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은 2017년부터 18조 원가량을 투자해 시안 반도체 2공장을 증설 중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방문 직후 시안 공장 증설에 기술진 300명을 추가 급파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굵직한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달 21일에는 평택캠퍼스에 10조 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건설을 발표한 데 이어 1일에는 평택캠퍼스에 8조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라인 공장 설립 계획도 내놨다. 업계는 연이은 투자 발표 규모가 최소 18조 원에서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의 연이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미래 투자에 대한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와중에도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과감한 결정이다.

◆무노조 폐기 등 대국민 약속 ‘실천’… 코로나19 극복 해결사로 나서기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만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그간 불거졌던 사회적 논란도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다. 대국민사과에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 부회장은 4일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신설키로 했다. 또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담당할 전담자도 두기로 했다. 이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사회 분야에서 이 부회장이 대국민사과 이후 첫 후속조치로 내놓은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강남역 철탑에서 약 1년간 고공농성을 하던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와 최종 합의했다. 김 씨는 삼성항공(테크윈)에 입사한 뒤 노조 설립에 나섰다가 해고된 이후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다.

1일에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이 모여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3년 만의 일로 이 부회장의 약속 이행의 일환이다.

대국민사과 이전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부회장의 위기 극복 동참 노력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병상 부족이 이어지자 이 부회장은 삼성인력개발원 경북 영덕연수원을 경증치료시설로 제공했다. 주요 대기업 중 첫 병상 제공으로 삼성의 움직임에 다른 기업들도 뒤따랐다.

마스크 대란으로 온 국민이 큰 불편을 겪을 당시 삼성이 해결사로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삼성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를 마스크 업체에 파견해 기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를 통해 하루 4만 개였던 한 공장의 마스크 생산량이 10만 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신규 설비를 설치해 놓고도 마스크 생산이 가능한 상태로 장비 세팅을 하지 못한 일부 기업들의 장비 세팅과 공장 가동까지 지원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확보하지 못한 마크스 33만 장을 해외에서 공수,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에 기부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 활동도 이어왔다. 삼성은 자체 방역과 사업장 관리 등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방지에 주력하면서 300억 원 규모 성금과 구호물품 등을 지원했다.

◆갈길 바쁜데…방어권도 무시된 이재용, 삼성 코로나19 위기돌파 ‘비상’

대국민사과 이후 공격적인 경영행보 와중에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로 했다. 게다가 지난 4일 검찰이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정부가 역대 최대규모인 35조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영예산까지 편성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고 각 기업들도 파고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1~3차 추경을 합치면 무려 60조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현 정부의 경제 회생의 절박함이 담긴 추경이다.

이 부회장이 기소와 수사 타당성 여부를 묻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이틀 만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강행으로 방어권이 ‘무력화’ 된 채 삼성은 총수 부재 위기에 놓인 비상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각 경제 주체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난 위기 극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의 지난 한 달간의 행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국민의 시각과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이 부회장이 더욱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함에도 여러 걸림돌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법적 정의는 그 나름대로 정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며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권 교수는“(사법리스크가 해소된다면)이 부회장이 더욱 합리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경영학 교수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는 금감위와 금융위가 여러 번 결정을 번복한 것을 감안하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10년 후를 내다보는 최고경영자의 장기적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기업이 자게 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오는 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