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영화관, 복합 예술 공간으로 변모

이달 4일부터 ‘침입자’ '프랑스 여자'를 시작으로 ‘결백’(11일), ‘사라진 시간’(18일), ‘#살아있다’(24일) 등 국내 신작들이 개봉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마련한 6000원 할인권 133만 장도 배포된다. 그러나 영화산업이 회복세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5월 극장 총관객 수는 152만6387명으로 4월 관객 수(97만2477명)보다 약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지난해 5월 관객 수(1806만2457명)와 비교하면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작 수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매출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등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는 점도 극장들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멀티플렉스 3사는 대형 스크린을 활용해 콘서트, 오페라, 게임중계 등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며 관객을 유치하고 있다.
CGV 영등포점은 지난달 30일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작품에 미디어아트‧음악을 곁들인 공연을 개최했다. 지난달 31일까지는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LoL) 2020 미드 시즌 컵’ 경기가 전국 24개 스크린X관(3면으로 설치된 다면상영관)에서 생중계됐다.
롯데시네마는 ‘오페라 인 시네마’를 매주 수‧일요일 도곡‧수지‧부산점을 포함한 전국 롯데시네마 9개 관에서 진행 중이다. 오페라 인 시네마는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실황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 처음 시작됐다.
5월 말까지 '라트라비아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작품이 공개됐으며 이달 3일부터 28일까지는 ‘카르멘’을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로 '라보엠'(9월), '피델리오'(10월) '호두까기 인형'(11월), '백조의 호수'(12월) 등 작품이 준비될 예정이다.
메가박스는 영화관에서 강연을 벌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미술 해설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전 세계 미술관·박물관을 소개하는 ‘시네 도슨트’를 운영 중이다. 이달에는 루브르 박물관·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크롤러 뮐러 미술관이, 7월에는 브리티시 뮤지엄‧내셔널 갤러리·뉴욕 현대 미술관이 강연 주제로 선정됐다.
이외에 오페라 등 고전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 '클래식 소사이어티'도 마련돼 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인 '피델리오'의 실황 영상과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발레 신작 '베토벤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관들이 코로나19로 공연 산업이 위축된 상황을 역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영화관이 영화 이외의 즐길 거리를 갖춘 진정한 복합 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