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1회부터 342회까지의 당첨번호를 분석한 결과, 1등에 ‘1’ 또는 ‘37’이 포함된 경우가 67번이나 있었다는 자료를 낸 것이다.
“호랑이띠의 경우, 월요일과 금요일에 자신의 주거지에서 서, 동남 방향의 관공서 인근으로 가서 오전 11시∼오후 1시 또는 오후 9시∼11시에 18, 20, 26, 37, 41, 43의 숫자가 담긴 로또를 구입하면 당첨 확률이 높다.”
“쥐띠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동, 서북 방향의 잡화점 또는 마켓에서 오전 9시∼11시 또는 오후 5시∼7시에 18, 24, 28, 34, 39, 45, 숫자를 고르면 행운을 잡을 확률이 높다.”
이런 식이었다. 서민들의 ‘대박’을 도와주려는 ‘자상한 정부’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오리발’만큼은 빼먹지 않고 있었다. ‘당첨 확률이 높다’고 했지, ‘당첨된다’고 못을 박지는 않은 것이다.
또, 몇 해 전에도 정부는 친절을 베풀고 있었다.
여기에, ‘꿈 이야기’까지 보태고 있었다. 1등 당첨자 220명 가운데 7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복권 ‘구입동기’가 ‘좋은 꿈’이라는 응답이 20%를 차지했다고 했다.
이 ‘꿈 이야기’가 또 나오고 있다.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이 ‘연금복권 720+’ 당첨자의 ‘꿈’을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복권을 구입하기 전에 부부가 각자 꿈을 꿨다고 했다. 아내의 꿈은 큰 건물에 불이나 주황색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꿈이었다. 남편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여행을 하는 꿈이었다. 또 다른 당첨자는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왔는데,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 뒤에서 불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반겨주고 있었다고 했다.
작년 로또 판매는 무려 4조 원을 넘었다. 역대 최고였던 2018년의 3조9687억 원보다도 8.8% 늘어난 4조3181억 원어치나 팔렸다고 했다.
4조3181억 원이면, 5000만 국민이 1인당 8만 원어치 넘게 산 것이다. 아이들을 제외하면 그 갑절, 16만 원이다. 대한민국의 성인은 매달 1만 원어치 넘는 복권을 샀다가 거의 허탕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많이 팔고도 ‘꿈 이야기’를 동원, ‘연금복권 720+’ 판매에 혈안이다. 기존 연금복권이 덜 팔리자 매달 지급하는 당첨금을 올려서 내놓은 ‘새 복권상품’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찌든 서민들은 복권을 많이 사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2월 직장인 135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4.4%가 ‘로또를 구입한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은 국민을 ‘한탕주의’에 빠뜨려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번호만 잘 찍으면 ‘대박’인데, 고작 월급 몇 백만 원 받자고 땀 흘리는 데 대한 회의감이 생기도록 할 수 있다. 투기소득을 기대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간층’도 많이 산다고 우기지만, 로또를 사는 국민은 대체로 ‘저소득층’이다. ‘가진 자’가 복권 판매소 앞에 줄을 설 이유는 ‘별로’다.
복권 장사는 가난한 ‘불특정다수’의 주머니를 털어서 부족한 재정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오해를 살 소지도 다분할 수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