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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풍자만화로 본 미국 흑인들의 일상 “코로나19 감염보다 인종차별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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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풍자만화로 본 미국 흑인들의 일상 “코로나19 감염보다 인종차별이 더 두렵다”

미국 흑인의 열악한 현실을 풍자한 만화 ‘My Kind Of America’ 자료=ROGERS-ANDREWS McMEEL SYNDICATION.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흑인의 열악한 현실을 풍자한 만화 ‘My Kind Of America’ 자료=ROGERS-ANDREWS McMEEL SYNDICATION.

미국에 만연한 무서운 병이 있다. 그 위협에 노출된 사람들은 “I'm afraid to leave the house(집을 나가는 것이 무섭다)”나 “A tripto the store could be fatal(가게에 나가는 것이 치명적일 수 있다)” 또는 “My basic freedoms are denied(기본적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자주 한탄하고 있다. 그럼 그 ‘병’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흑인에 대한 차별과 냉대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흑인 고교졸업률은 백인보다 10%포인트 낮다. 일자리도 50여 년 전부터 흑인 실업률은 백인 실업률의 약 배나 된다. 자기 집 보유율 역시 백인보다 30%포인트나 낮다. 여기에다 흑인의 평균수명은 백인과 비교해 3.5년이나 짧다(아시아계는 백인보다 8.2년이나 장수하지만!). 더불어 흑인 남성의 감옥에 갈 확률은 백인 남성의 6배 이상에 이른다. 사회라는 통일체를 이루는 기능들이 병들고 있는 그야말로 ‘합병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만성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급성적인 증상도 있다. 그것은 흑인이 날마다 당하고 있는 폭력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흑인 남성의 사인으로 가장 많은 것은 심장병이며, 2위는 암이다. 역시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3위는 부상, 4위는 살인으로 5%의 흑인 남성은 살해된다.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등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25~29세의 흑인 남성으로 좁히면 ‘경찰에 의한 살해’가 사인의 7위에 올라 있다.

풍자화에선 자유의 나라인데 경제 활동도 생활도 자유롭지 못하니 “어떤 미국이야(What kind of America is it?)”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대 중인 생활에 불만을 느끼는 백인의 의문이 제기된다. 그리고 평소 학교에서나 은행, 부동산중개업소에서나 재판에서나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쇼핑, 데이트 등 밖에 나가기만 해도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흑인은 “나의 미국이다(My America)”라고 대답한다.

더욱 안타깝게도 코로나 위기에서도 흑인이 받는 타격은 백인의 것보다 큰 것 같다. 직종이나 저축액 등의 차이로부터 자택 대기를 할 수 없다든가 “의심되면 총에 맞는다”는 우려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든가, 여러 가지 이유로 감염율이 높다. 원래 흑인의 의료보험 가입률이 백인보다 낮다. 예방치료를 받는 비율도 낮다. 흑인이 받는 의료의 질도 낮다. 그 결과의 차이가 지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 평균 흑인의 코로나19에 의한 사망률은 백인 사망률보다 2.4배나 높다. 여기까지 앓고 있는 나라가 “My America”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면 나는 실로 부끄럽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