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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담배 먹고 살아난 ‘로빈슨 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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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담배 먹고 살아난 ‘로빈슨 크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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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갑자기 병에 걸렸다. 7시간 동안이나 오한과 발열이 지속되었다. 이튿날은 몸이 좀 좋아지더니 그 다음날에는 또 펄펄 끓었다. 학질이었다.

죽는가 싶었다. 하지만 살고 싶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억지로 힘을 냈다. 거북이 알 3개를 재에 익혀서 껍질째 먹으며 배를 채웠다.

로빈슨 크루소는 브라질 사람들이 담배를 약으로 복용한다는 얘기를 어렵게 떠올렸다. 다행히 담배는 있었다. 그러나 복용 방법도 몰랐고, 효과가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별 수 없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① 담배 잎 한 장을 그냥 씹는 방법. ② 담배를 럼주에 1∼2시간 정도 담가두었다가 잠을 자기 전에 마시는 방법. ③ 담배를 불에 태워 코를 들이대고 견딜 수 있을 만큼 들이마시는 방법.

로빈슨 크루소는 이 3가지 방법을 모두 시도해 봤다.
①의 방법은 정신이 빠져나갈 정도로 독했다. ②의 방법은 독하고 고약해서 삼키기도 힘들었다. ③의 방법은 연기와 열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처럼 고생을 하며 학질을 떼고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가 학질을 버티지 못했더라면, 대니얼 디포(1660∼1731)는 ‘로빈슨 크루소’를 미완성 작품으로 남겨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담배=약’이기도 했다. 장 니코라는 사람이 1599년 담배를 본국인 프랑스로 보냈더니, ‘두통약’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로마 교황에게 ‘천식 특효약’으로 진상되기도 했다.

우리도 ‘담배=약’이었다. ‘성호사설’은 ▲가래가 목에 걸렸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 불편할 때 ▲먹은 것이 가슴에 걸려 신물을 토할 때 이롭다고 했다.

이 ‘담배=약’이라는 주장이 21세기 들어서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특효약’이다.

지난달, 프랑스 소르본 대학의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 의료진은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이 바이러스가 인체의 세포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훨씬 낮다는 것이다. 그러자 프랑스에서는 니코틴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보도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며칠 전 ‘흡연과 코로나19’라는 성명을 통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중태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주로 폐를 공격하는 전염병인데, 흡연이 폐 기능을 손상시켜 신체가 코로나 바이러스나 여타 질병과 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경고였다.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골초들이 또 ‘공공의 적’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돌이켜보는 담배 먹고 살아난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