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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신이시여,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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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신이시여,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단 말입니까?”

경쟁력에 경쟁력을 더해가는 한국 청년의 가능성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신이시여,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단 말입니까?”

박상현 과장(가명)이 일을 해내는 고통과 기쁨을 넘나드는 활약상을 들으며 나온 감탄이다. ‘신이시여. 정말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단 말입니까?’는 불후의 명작 영화 '벤허'를 만든 윌리엄 와일러 감독 본인이 1959년 스스로 감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너무 과도한 말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격려해 주고 싶어서 선택한 제목이다. 같은 또래의 청년들과 비교한다면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10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교육연수과정이 배출한 1000명의 연수생이 동남아 현지에서 성장하는 대견함도 있다.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벅참도 있다. 지난 1년간 시리즈로 글로벌 성장통을 소개하며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칭찬이기도 하다.

박 과장은 지난 2014년 9월 대우의 ‘GYBM양성’ 베트남4기 과정에 참여하고 2015년 8월에 현지의 한국 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문을 닫아 자리를 옮겨 새롭게 취업한 ‘주식회사 MD(가칭)’에서 펼친 활약상이다.

박 과장이 일하고 있는 섬유봉제(縫製)업체는 널리 알려진 패션 의류 브랜드 회사로부터 주문을 받고, 자기 공장이 아닌 남의 공장을 빌려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해 납품하는 회사이다. 공장을 가진 섬유봉제업체는 모든 공장은 봄여름(S/S), 가을겨울(F/W) 두 시즌으로 나눠 집중 가동을 하기에 시즌 사이의 공백 기간 동안 공장을 잘 돌리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 생산을 주문하는 바이어는 임가공비의 원가를 낮추는 게 가능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리드 타임 동안 자재 조달과 빌린 공장의 익숙지 않은 봉제작업과 품질관리, 그리고 납기준수 등 많은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전 과정을 관통해 운영할 수 있는 리더가 중요한 사업이다. 일을 맡으면 단기간에 수많은 판단과 선택을 하고 걸맞은 책임이 따르기에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며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치가 쌓인다. 이 부분이 동남아지역 특히 섬유경공업분야 취업의 큰 매력 포인트이다.

‘MD사’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서 롱패딩제품을 수주해 베트남에서 생산, 납품하기로 했다. 원 발주사의 디자인, 스펙 결정이 늦어져 미리 계약해 둔 공장은 계획 차질이 생기고 이를 이유로 생산계약이 파기되는 위기를 맞았다. 회사는 다른 지역을 담당하는 신출내기 박 과장이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보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일부 부자재는 입고돼 공장에 쌓여 있지만 정리된 현황조차 없었다. 마감 일자가 다가오고 있으나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관건은 ‘원부자재 정리’와 ‘가동 가능한 새로운 공장을 찾는 것’이었다.

박 과장은 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노이 인근의 타이빈, 박장, 하이즈엉 지역의 공장을 찾아 나섰다. 공장 시설과 생산처리능력(capacity), 박음질 수준, 공장대표의 성향과 소통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며 공장 1개동의 건물에 14개 생산 라인을 어렵게 확보했다.

계약이 파기된 공장의 자재 회수와 이동도 생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공장 내부인의 도움이 필수였지만 관심도 없고 와 줄 생각은 더더욱 없어 보였다. 혼자서 원단부터 지퍼, 라벨 등 하나하나 세어가며 자재리스트를 정리했다. 저녁에는 공장 작업자들과 말도 섞고 밥도 같이 먹으며 챙겨 나가니 마음을 열어주고 직접 사장을 설득도 해줬다. 분실된 일부 자재를 제외하고 새로 찾은 다른 공장으로 옮겨 작업을 시작했다.

2주간에 공장에서 숙식까지 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현지 기능공들에게는 낯선 제품이었다. 단시간에 숙련도를 올리는 것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다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공장장이나 중간관리자와 소통하며 내가 필요한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디뎌 나갔다. 어렵게 만든 완성제품은 한국의 판매일정에 맞춰 일부는 항공화물, 일부는 해상운송으로 보내 무사히 매장에 깔렸다는 피드백을 들으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며칠이 지나니 롱패딩 제품이 히트를 치고 있다는 한국의 언론 보도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들어도 이해하고 따라잡기가 힘든 내용으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한 지 5년여 만에 글로벌 차원의 자재수급, 주문 내용 이해, 수출입 조달, 생산 물량과 품질수준 관리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용 즉, 원가까지 통으로 꿰뚫어 보는 일을 해내었기 때문이었다.

소감을 물어보니 지난 시간의 아픔과 노력 덕분이었다는 고리타분한 말밖에 없다고 했다. 낯선 베트남을 찾은 일, 처음에 취업한 회사가 문을 닫은 일, 두 회사 재직 5년 동안 뭐든지 “예, 한 번 해 보겠습니다”며 호기롭게 덤벼들었고, 차에서, 공장에서 죽치며 보낸 노력의 성취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인 것이 하나도 없는 캄캄한 상황이라도 머리와 몸으로 부딪히며 방법과 해결책을 찾으면 어디든 탈출구는 있다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고 했다.

대화를 마치며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하라고 했다. “김우중 회장님께서 ‘현지에서 5~10년만 열심히 해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해외근무는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좋은 기회이니 시키는 것을 넘어서 프로젝트나 업무의 전체를 직접 선도하는 역할에 도전하는 우리 GYBM 동문들, 대한민국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이 일을 전후해 GYBM연수과정 1년 후배를 사귀어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행운도 따랐다고 한다. 박 과장은 갑과 을을 넘나드는 위치에서 변주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마에스토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별명을 하나 지었다. 당신은 ‘박마에’, ‘박마에스트로’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