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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억의 착오’ 일으키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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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억의 착오’ 일으키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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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걸리버가 바다를 표류하다가 어떤 섬에 도착했다. 섬 위에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였다.

라퓨타 사람들이 도르래를 내려 걸리버를 끌어올렸다. 걸리버는 어렵게 구조될 수 있었다.

라퓨타 사람들은 생김새가 희한했다. 머리는 모두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눈도 한쪽 눈은 깊숙이 틀어박혀 있었고, 다른 쪽 눈은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 희한한 사람들을 하인들이 따라다녔다. 하인들은 짧은 막대기에 매달린 바람 주머니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풍선’ 비슷했다. 풍선 속에는 말린 완두콩이나 작은 자갈이 잔뜩 들어 있었다.

하인들이 하는 일 또한 묘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가 말을 하려고 하면, 옆에 있던 하인이 ‘풍선 막대기’로 그 사람의 입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말문을 열었다.

하인들은 또 말을 듣는 사람의 귀도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래야 귀가 뚫렸다. 사람들이 걸음을 옮길 때는 따라다니면서 눈을 부드럽게 두드려주기도 했다. 그게 일의 전부였다.
그 하인들을 ‘클라임놀’이라고 불렀다. ‘머리 두드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라퓨타 사람들은 풍선 막대기라는 외부의 자극으로 발성기관이나 청각기관을 깨워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을 할 수도 없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클라임놀’이 없으면 외출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걸리버가 라퓨타의 임금을 알현했을 때도 그랬다. 임금이 기다리고 있는 접견실로 들어갔지만, 라퓨타 임금은 걸리버가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인이 임금의 입과 귀를 두드리니까 그제야 걸리버가 온 것을 생각해냈다. 미리 전갈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임금 역시 ‘풍선 막대기’로 맞고 나서야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금이 걸리버에게 입을 열기 시작하자, 하인이 이번에는 걸리버의 귀를 두드렸다. 걸리버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두드리고 있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아파트 낙찰 자금과 관련, “기억의 착오”라고 해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의 착오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발한 표현’은 3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먼저 써먹은 표현이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특수활동비’와 관련, “기억의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었다. ‘원조’는 홍 전 대표였던 셈이다.

게다가, 기억의 착오를 일으키게 만든 것은 공교롭게도 ‘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윤 당선인은 ‘아파트 자금’, 홍 전 대표는 ‘활동비’였다. ‘돈’이라는 물건은 기억하기가 까다로운 것인 듯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걸리버 여행기의 ‘풍선 막대기’가 하나쯤 있었더라면 어떨까.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주면 ‘착오’ 없이 기억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