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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유통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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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유통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화훼산업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유리로 만든 온실 안에서 자동 조절 장치에 의해 햇빛, 온도, 습도를 조절하며 꽃, 채소들을 균일한 품질로 생산하고 있다. 수만 평의 튤립 단지라든가 대형 화훼 경매장에서 꽃들을 실어 나르는 화물 자동차들의 움직임, 그리고 꽃을 사고파는 경매장의 시설들은 30여 년 전에 이미 디지털화 되어 있었다. 참으로 부러운 산업시설들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에서 꽃을 수입해 유럽 각지로 수출하기도 했다. 아마도 전 세계의 꽃을 대부분 운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가 중세이후 세계 무역의 중심지가 되면서부터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는데 빈 항공기 공간에 꽃을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네덜란드의 화훼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예쁜 꽃들로 가득찬 수많은 꽃 단지를 갈아 뒤엎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출입국을 통제하는 바람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비행기 운항이 줄다 보니 자연히 꽃을 운송할 수 없게 되었다. 제아무리 좋은 꽃을 생산할 수 있어도 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유통망이 망가지다보니 어쩔 수없이 화훼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관련 종사자들이 경제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꽃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석유가격의 폭락으로 운송을 담당하는 배들의 일감이 줄어들고 산업체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다 보니 석유수요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으로부터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평소 미국으로 특급소포를 보내면 5일 정도면 도착하던 것이 지금은 한 달 이상 걸린다. 미국으로 자주 떠나던 비행기의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인천세관 창고에서 한 달 가까이 보관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수출입을 하는 해당 나라가 안전하지 못하면 많은 비행기들의 운항을 기대할 수 없다.

외국으로 수출품을 팔아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매우 힘든 시간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많은 양의 공산품이나 인기있는 수출품을 제조할 수는 있으나 이를 팔기 위해 운송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식품 가운데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수출이 증가한 품목들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식품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을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먼저 농산물들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미국의 중부 소도시들은 거의 텅 빈 공허한 도시로 변모하기도 하여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농부와 운전기사들의 활동이 상당히 위축을 받고 있다. 조금씩 피해 규모가 쌓이게 되지만 이것을 원상 복귀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식량위기는 농산물의 수확량이 기후 변화나 메뚜기 떼와 같은 곤충 등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던 과거와는 달리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으로 인하여 유통상의 문제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올 겨울에 재창궐할 수 있으며 또 그 보다도 더 강한 바이러스가 다가올 수도 있음을 예상해 본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유통시장의 위기를 통해 그 여파로 식량위기를 가져옴을 직시하며 이제 우리는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