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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가성’ 없는 돈은 괜찮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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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대가성’ 없는 돈은 괜찮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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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끗발 좀 있는 않은 사람들이 ‘돈’과 관련, 조사를 받으면서 내놓는 말 가운데 ‘닮은꼴’ 하나가 가끔 포함되고 있다. “대가성은 없었다”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그랬다. 유 전 부시장의 혐의는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등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부정청탁 혐의 외에는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유 전 시장이 받은 금품은 4700여만 원 상당이라고 했는데, 검찰은 자중은커녕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을 보였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대가성’이라는 말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들리던 얘기다. “순수한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이지 ‘대가성’은 없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할 때 보도되는 말이다.

그 ‘대가성’이라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국민은 좀 헷갈리고 있다. 떳떳하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처벌을 가볍게 해달라는 얘기인지 알쏭달쏭해지는 것이다. 호화판 유흥음식점에서 산해진미의 접대를 받아도, ‘출판기념회’를 뻔질나게 열면서 책값으로 뭉칫돈을 챙겨도 “대가성은 아니다”고 밝히고들 있다.

그렇더라도 따져볼 게 있다. 아무리 대가성은 없다고 해도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의 ‘대가성 없는 지출’이 제법 과다해졌다고 하자.

그럴 경우, 그 대가성 없는 돈은 생산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대가성 없이 지출하는 돈이 늘어날수록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을 할 돈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대가성 없는 지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기업은 이를 제품 원가에 반영할 수도 있다. 고객과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대가성 없는 돈은 다른 좋은 일에 쓸 돈을 그만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 돈이 기부를 하거나 사회에 기여하는 돈일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사회 공헌에 인색하다는 욕을 먹을 수 있다.

대가성 없는 지출이 지나쳐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그 피해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뒤집어쓸 수 있다.

직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대가성 없는 지출이 늘어나면서 봉급을 올려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는 덜 올릴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결국, 대가성 없는 돈의 피해는 ‘불특정다수’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가성은 없었다”는 변명인지 변호인지가 잊을 만하면 들리고 있다. 국민을 실망시키고 짜증나도록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